여야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5일로 한 달이 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심 의혹인 돈 봉투 살포 지시 '윗선'의 그림자는 보일 듯 말 듯한 채로,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2008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은 지난달 5일. 검찰은 구 의원들에게 2,000만원을 건넨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구속 기소했지만, 안 위원장 배후에 대한 수사는 답보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특히 사건의 발단이 된 고승덕 의원의 폭로 내용과 관련해 돈 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의 경우, 윗선은 고사하고 고씨 단계에서 수사가 꽉 막힌 형국이다. "돈 봉투를 전달한 사실이 없고, 돌려 받은 돈은 임의로 써버렸다"는 고씨의 진술을 배척할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 의장 비서실과 수석비서관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유의미한 자료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의장으로 수사를 끌어올리기 위한 중간 고리인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소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 문병욱 라미드그룹 회장이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측에 거액을 송금한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정당한 변호사 수임료였다"는 라미드 측 주장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안병용 위원장 구속 기소라는 가시적 성과라도 냈지만, 민주통합당 2011년 예비경선 돈 봉투 살포 의혹 수사는 첫걸음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예비경선이 치러진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확보한 CCTV 자료에서 의심 가는 장면을 찾아내 부천 원미갑 예비후보 김경협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이마저도 돈 봉투가 아니라 출판기념회 초대장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물론, 정치권에 반격의 빌미만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나머지 CCTV 영상에서 돈 봉투 살포가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마저 접는 분위기이다. 검찰 관계자는 "CCTV에는 특별히 주목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검찰은 "아직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거사건에서 당사자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수사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또 4월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선 사실상 이 달 내에 수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권의 비협조는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공안부 검사에 특수부 검사까지 동원했다"며 "수사는 생물과 같아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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