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사상 최악의 유럽 재정 위기 탓에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아버리면서 주요국의 올 1월 자동차 판매 대수가 1년 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떨어지고 있다.
5일 유럽각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프랑스의 신차 등록 대수는 14만7,143대로 1년전 보다 21%나 줄었다. 이탈리아(13만7,119대) 역시 1년 전과 비교해 16.9%나 줄었고, 영국 또한 11.5% 감소했다.
특히 유럽의 최대 자동차국가로 꼽히는 독일마저도 1월 신차 등록 대수가 21만195대에 그쳐 마이너스 성장(-0.4%)을 기록했다. 스페인 정도만 플러스(2.5%)였고, 사실상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자동차 판매 대수가 크게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럽 자동차 시장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은 주머니를 닫았고 자동차 회사들은 그들대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 파격적 인센티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총 1,310만 여대의 자동차가 팔려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7% 줄었는데, 올해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6%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약 9% 하락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도 "올해가 유럽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최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PSA 푸조-시트로앵, 르노, 피아트 등 소형차 중심의 유럽 회사들이 큰 위기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FT는 이와 관련, "재정 위기 여파로 특히 소형차의 주요 고객들이 차 구매를 망설이면서 소형차 중심의 프랑스, 이탈리아 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유럽에서 수 천 억 원의 손실을 입은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회사들도 고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시장 부진 속에서도 현대ㆍ기아차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 현대차와 기아차는 1월 독일 시장에서 각각 7,482대, 4,059대를 팔아 전년 대비 51%, 132%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빅4'들이 비교적 선전하는 가운데 비(非) 유럽 완성차로는 거의 유일하게 현대ㆍ기아차가 플러스 게임을 있다는 게 현지 평가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유럽 자동차업체들로선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면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어 들겠지만 전략 차종 i30, i40 등을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체코 공장의 생산량을 전년 대비 20.5% 증가한 30만3,000대로 잡고 있다"며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 딜러 대신 회사가 직접 판매하는 비중을 43%에서 67%까지 끌어올리는 등 공격적으로 판촉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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