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의 신들(Metal Gods)'. 주다스 프리스트에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 헤비메탈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가 4일 밤 한국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노장의 저력을 증명했다. 다섯 멤버 중 세 명의 원년 멤버 롭 핼포드(보컬)와 글렌 팁튼(기타), 이언 힐(베이스)은 평균 연령 6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국내 팬들에게 뜨거운 열정의 무대를 선사했다.
이날 주다스 프리스트의 고별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30, 40대 남성 팬들로 북적거렸다. 그 중에는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가수 임재범과 국내 헤비메탈 밴드 디아블로, 크래쉬도 있었다. 마니아들의 장르로 전락해버린 처지이지만 이들에게 헤비메탈은 여전히 '젊음'의 상징과 다름없었다.
1969년 영국 버밍엄에서 결성한 주다스 프리스트는 42년간 1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헤비메탈의 교과서로 군림했다. "결성 당시 영국에 헤비메탈 밴드라곤 블랙 새버스와 우리밖에 없었다"는 핼포드의 말처럼 주다스 프리스트는 헤비메탈의 서막이었다. 묘비명이란 뜻인 'Epitaph'로 명명한 이번 공연 일정은 헤비메탈 1세대의 퇴장을 알리는 이들의 마지막 월드 투어다.
지난해 12월 미국 공연을 끝으로 한동안 휴식을 취한 주다스 프리스트는 "2012년의 첫 공연을 한국에서 시작해 기쁘다"고 말했다. 4년 만에 다시 만난 한국 팬들에게 반가움을 표한 핼포드는 각 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며 팬들과 함께 2시간 동안 21곡을 열창했다. 헤비메탈의 주제가라 할 만한 'Breaking the Law'는 팬들이 핼포드 대신 노래했고,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Painkiller'에선 우렁찬 '떼창'으로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국내 팬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Before the Dawn'은 들을 수 없었다.
핼포드는 앙코르 무대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등장하고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는 등 쇼맨십을 아끼지 않았다. 핼포드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없이 "한국을 사랑한다. 고맙다"고 작별을 고했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더 이상의 월드 투어는 없다고 했지만, 내한 전 이메일 인터뷰에서 "해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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