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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경보 김현섭·박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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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경보 김현섭·박칠성

입력
2012.02.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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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잊어라, 이제는 경보가 한국육상의 희망이다."

남자 경보의 '쌍두마차' 김현섭(27)과 박칠성(30ㆍ이상 삼성전자)이 올 7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야심 찬 화두를 던졌다. 올림픽 금메달을 두 차례나 거머쥔 마라톤이 그 동안 기록과 무관하게 상징적인 존재로 국민들의 가슴속에 아련한 향수로 남아있었으나 메달 가능성은 경보가 훨씬 가깝다는 뜻이다. 김현섭은 실제 세계적인 육상 전문 잡지 미국의 '트랙&필드' 2월호에 남자 경보 20km 랭킹 6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km 금메달리스트 '경보 황제' 발레리 보르친이 1위로 뽑혔고 블라디미르 카나이킨(이상 러시아)과 왕젠(중국)이 뒤를 이었다. 김현섭과 박칠성은 대구 세계선수권 20km와 50km에서 각각 6,7위에 올라 개최국 한국 육상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현섭은 이보다 앞서 3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경보선수권대회에서 1시간19분31초 한국신기록으로 우승하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경보 챌린지에서도 5위(1시간20분10초)를 찍는 등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냈다.

김현섭과 함께 경보 대표팀을 이끄는 박칠성도 주종목인 50km에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칠성의 최고 기록은 3시간47분13초. 랭킹은 18위다. 트랙&필드는 그러나 대구의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얻어낸 기록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홍창표 과장은"트랙&필드가 선정하는 랭킹은 지난해 경기 결과를 바탕으로 대회 수준과 기록 추이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기 때문에 신빙성이 높다"며 "톱10에 꼽힌 선수들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후보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50여일째 동계 합숙훈련중인 김현섭과 박칠성을 2일 오전 9시30분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해안도로에서 만났다. 때마침 북극 한기가 한반도를 집어삼켜 온도계는 섭씨 영하 10도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김현섭을 비롯한 삼성전자 소속 경보팀 6명 전원의 얼굴엔 굵은 땀방울이 고드름으로 변해 얼어붙을 정도로 맹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민호(48) 수석코치는 "우리팀 선수 모두가 런던올림픽 출전 A기준기록을 뛰어넘었다. 50㎞는 전원이 랭킹 40위 안에 들면서 전력이 탄탄해졌다. 특히 20km가 주전공인 김현섭의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돼 50km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3월 IAAF 중국 창타이 챌린지 대회와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세계 경보월드컵 50km 단체전 입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규(55) 삼성전자 육상단 총감독은 "올림픽은 20km와 50km부문 각 3명씩 출전이 제한되지만 경보월드컵은 국가별로 5명씩 참가하기 때문에 올림픽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경보는 20km에서 김현섭에게 발목이 잡힌 지 오래다. 과거에는 일본경보대회에 출전하면 일본에서 우리 팀을 환영하곤 했으나 2년전부터 김현섭이 1위로 골인하자 꺼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일본이 50km에서 박칠성보다 한 단계 앞서지만 곧 추월할 것이다. 일본 경보는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현섭은 "육상은 사실 남의 잔치다. 47개 금메달 중 우리 몫은 거의 없다. 다만 한국 육상의 자존심만은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 자신의 존재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박칠성도 "한국경보가 국제대회에서 '대접'받게 된 것은 2006년 이후 최근 5,6년여에 불과하다. 요즘 국제대회에 나가면 러시아 중국 호주 멕시코 스페인 등 톱랭커 선수들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이들과 식사와 티타임도 함께 할 정도로 한국 경보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김현섭은 "올해의 목표는 런던올림픽에서 20km 한국기록(1시간19분31초)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비록 금메달 후보에 50여초 뒤처지지만 메달권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한 기록이다. 금메달 보다는 내 자신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올림픽에 나설 것이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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