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해 전국 50개 대학의 재정운용 투명성을 점검한 결과 법인의 탈법과 비리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한국일보 4일자 8면 보도). 대학의 이사장과 교직원들이 법인재정을 곶감 빼먹듯 탕진했으니 반값 등록금은커녕 학생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를 관리ㆍ감독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자체 교육청 공무원들이 탈법과 비리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심지어 뇌물을 받고 동조ㆍ조장해 왔다는 대목이다.
재정운용과 관련된 감사결과를 보면 대학을 운용하는 당사자 못지않게 교육당국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어느 교과부 간부는 대학의 수억원 비자금 조성을 묵인해 준 대가로 수시로 금품과 향응을 받아 챙겼다. 모 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대학법인의 비리를 적발하고도 눈감아주는 바람에 대학이 횡령과 배임을 일삼았다는데,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거래가 없었을 리가 없다.
일부 공무원들은 관리감독 권한을 활용해 대학의 약점을 파악한 뒤 스스로 비리사슬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현금을 뜯어내고 향응을 요구해 왔다. 비리가 발견된 대학들을 '소득원'으로 만들어 놓고 담당 공무원들이 조직적인 금품 상납구조를 형성해 놓았던 경우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교육당국의 감사에 적발된 대학 관계자들이 비리를 해소하려는 노력은커녕 해당 공무원을 매수해 태연하게 더욱 큰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던 셈이다.
감사원의 집중감사 결과 대학입학과 관련된 학사행정의 비리도 수시로 드러나고 있다. 농어촌ㆍ특성화고 특별전형이나 법학전문대학원 전형에 이어 대학 편입학과 예체능계 입시에서도 비리가 널려 있음이 확인됐다. 물론 해당 대학들의 책임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리행위가 감사를 할 때마다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교육 당국의 기능에 근본적인 문제가 적지 않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언제까지 감사원이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일괄ㆍ집중ㆍ특별조사를 벌일 순 없다. 대학의 관리감독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 당국에 대한 감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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