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들의 보유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급감하고 있다. 경기 불황에 따른 회사채 발행은 물론 은행 대출 등이 어려워질 전망이어서 무더기 도산이 우려된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중 자산규모 비교가 가능한 612곳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은 52조2,18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39% 감소했다. 3개월 내 현금으로 자동 전환하는 예ㆍ적금 등을 의미하는 현금성 자산이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유동성 사정이 악화됐다는 뜻이다.
특히 건설과 해운, 조선 등 영업 환경이 열악한 업종을 중심으로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6개 상장 해운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 2조8,200억원에 비해 36.0%나 급감했다. 6개 조선사의 경우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5개사가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고, 특히 STX조선해양의 현금자산은 43.2%나 줄었다.
이에 따라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자금 확보는 더욱 어려워졌다. 은행의 기업 대출이 대기업에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25조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6.6%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62조9,000억원으로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견ㆍ중소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외면 받고 있다. 회사채 만기가 올해 몰려 있는 것도 자금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이다. 상당수 중견ㆍ중소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된 2009년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는데, 이 때 발행한 3년물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만 20조6,02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비우량 회사채인 ‘BBB+’ 등급 이하 만기액은 4조9,000억원(16%). 금융권 관계자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하는 중견ㆍ중소기업이 속출하면서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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