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이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는 4일(현지시간)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 중단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이 불발됐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는 13개국은 찬성했다.
결의안은 러시아와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아랍연맹(AL)이 제출한 초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결의안 불발에 국제사회가 느끼는 분노는 컸다. 미국은 표결 전 비공개회의를 통해 2개월 내 연립정부 구성, 평화적 정권이양, 유혈진압 중단 등으로 수위를 대폭 낮췄지만 무위에 그쳤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 촉구와 시리아에 무기 공급 중단 등은 아예 삭제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럼에도 “무력개입 금지 조항이 없고 결의안이 일방적이어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지난해 10월에 이어 시리아의 안보리 표결이 또다시 물거품이 되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수전 라이스 미국 유엔대사는 “수치” “혐오스럽다” 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러시아와 중국을 맹비난했다. 제라드 아르도 프랑스 유엔대사는 “아사드 정권을 보호한 사람은 역사가 가혹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 국민,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튀니지는 아사드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시리아 대사관을 폐쇄했다.
안보리 표결에 앞서 반정부 시위 거점도시인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홈스에서는 정부군의 공격으로 하루 만에 수백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가 확산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단체 관계자는 “정부군의 박격포 공격으로 홈스에서만 200명 이상이 숨지는 등 ‘대학살’이 벌어졌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해외의 시리아인들은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이집트 카이로 등 유럽과 중동의 시리아 대사관 6곳을 습격하는 등 유혈진압에 격렬히 항의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을 죽이는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권좌에서 물러나라”며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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