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담합의 끝은 어디일까. 3조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되는 잠수함 개발사업에서 담합 행위를 저지른 대기업 4곳이 적발됐다.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담합 의혹이 제기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한 지 2년 4개월만이다.
공정회는 5일 차세대 잠수함(장보고-Ⅲ) 개발 관련 5건의 입찰에서 담합을 한 4개 업체를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탈레스 26억8,000만원, LIG넥스원 24억7,000만원, STX엔진 4억3,000만원, 한화 4억1,000만원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각자 강점이 있는 분야를 정해 단독 입찰하는 이른바 ‘나눠먹기’ 담합을 자행했다. LIG, STX, 한화 등 3개사는 2009년 3월 장보고-Ⅲ 소나체계 협력업체 선정입찰 3건에 각각 단독으로 참가하기로 합의했다. LIG는 사흘 뒤 소나체계는 이미 3사가 나누기로 했으니 삼성탈레스는 전투체계 입찰에만 참가하도록 권유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업체 선정은 모두 이들의 뜻대로 이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별 기술 특화를 유도하던 전문화ㆍ계열화 제도가 2008년 폐지됐음에도 이들 4개사는 기존 영역을 지키면서 최대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을 저질렀다”며 “사안은 중대하지만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데다, 비밀이 요구되는 방위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검찰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보고-Ⅲ 사업은 2020년까지 원양작전이 가능한 3,500톤급 잠수함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총 2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 수중에서 물체를 탐지하는 소나체계 개발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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