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학교폭력에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직 교사에 대해 처음으로 사법처리에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자살한 양천구 모 중학교 여학생 A(당시 14세)양이 투신하기까지 교사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이 학교 교사 B(4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A양의 동급생 C(15)군 등 8명은 15차례에 걸쳐 A양을 폭행하고 모욕하는 등 집단적으로 괴롭힌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B씨가 담임을 맡고 있던 A양의 부모로부터 지난해 4월 "딸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5차례에 걸쳐 A양과 부모가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학교폭력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B씨는 자신의 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해 11월 수면보조제 20알을 삼킨 뒤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양은 당시 학교시간표를 적어둔 종이에 "내 편은 아무도 없어. 내가 죽으면 모든 게 끝이야. 이 복잡한 일들이 다 끝나"라는 메모를 남겼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당초 지난달 27일 C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C군 등의 폭력성이 과도하지 않았으며 폭행의 증거도 뚜렷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C군 등의 변호인은 "영장이 청구된 학생들은 지난해 4월부터 미술, 체육수업 등 시간에 A양과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하거나 욕설을 주고 받기는 했지만 일방적인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B씨에 대한 불구속 입건 조치는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B씨와 학교 측은 "A양의 부모가 지난해 4월 학교를 찾아와 친구들이 A양에게 욕설을 한다고 문제를 제기, 생활지도를 총괄하는 학생부장에게 특별지도를 지시했다"며 "이후에도 관심을 갖고 관찰했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학교폭력 근절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경찰 내부에서도 학교폭력 엄단 분위기가 강조되자, 사건 발생 석 달이 지나서야 무리하게 보강 수사에 나서 C군 등에게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최근 한 경찰서는 친구를 폭행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중학생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적이 있다"며 "무리한 영장 신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