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ㆍ경 수사권 갈등이 아물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두 차례나 보강수사 지휘를 하자 경찰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해당 지검과 경찰서는 수사권 갈등의 중심에 선 적이 있어 그 연장선상에 빚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14일 경기 부천시 소재 A 버스회사 부장 김모(51)씨 등 3명을 공갈 혐의로 체포,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교통사고를 낸 버스기사 85명을 협박, 총 1억6,0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였다.
경찰은 이들을 집중 수사한 뒤 피의자들의 죄질이 나쁘고 범죄 사실을 증명할 증거도 충분하다고 판단, 영장 발부를 자신했다. 하지만 영등포서 담당인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곧바로 보강수사 지휘를 내렸다. "범죄 혐의를 좀더 명백히 할 수 있도록 최대한 피해자들을 많이 조사하라"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의 지휘에 따라 보강수사를 한 경찰은 한달 보름 여 뒤인 2일 다시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3일 오후 또다시 보강수사 지휘가 내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선 일부 서류가 빠졌으니 서류를 첨부하고 수사도 더 해서 다시 영장을 신청하라고 했다"며 "핵심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충분하고 예전 같으면 영장을 발부한 뒤 보강수사를 하면 될 사안인데 두 차례나 무산됐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피의자들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를 호소했던 버스기사 일부는 회사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의 재지휘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남부지검이 이번 건의 영장 신청을 처음 기각한 지난해 말은 정부의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이 발표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였다. 당시 영등포서 수사과장은 보험사기 사건과 관련, 검찰의 수사 지휘 내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남부지검 형사4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이 내놓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던 이완규 검사가 부장이다. 이 부장검사는 2011년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에 있으면서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다룬 핵심 인물이다. 이 부장검사가 경찰의 수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자꾸 재지휘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경찰에선 제기된다.
이에 대해 남부지검 고위 관계자는 "피해자가 100명 가까이 되는 사건으로 영장 발부 후 2주 동안 추가 수사를 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며 "범죄 혐의를 명확하게 입증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덜어 주는 게 중요한 일이지 구속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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