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잔다르크'의 딸이 어머니 구명을 위해 미국 워싱턴에 나타났다. 주인공은 수감 중인 율리야 티모셴코(52) 전 우크라이나 총리의 딸 예브게니야(32). 그는 2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머니가 정치적 탄압을 받아 감옥에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스탈린 독재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브게니야는 "어머니가 감옥 밖에 있다면 제2의 오렌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그것이 석방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예브게니야는 1일에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어머니 티모셴코의 구명을 호소하는 연설을 한 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티모셴코는 2004~2005년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 민주화 혁명인 '오렌지 혁명'을 이끌어 오렌지 공주로도 불린다. 그러나 2010년 대선에서 정적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패한 이후 총리 재직 시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징역 7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예브게니야는 "야누코비치가 어머니의 사법처리에 직접 책임이 있다"면서 "당국은 24시간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감방에 투옥된 어머니에게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와 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감옥에서 한때 의식을 잃었는데 교도소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한 뒤 그렇게 됐다며 당국을 의심했다.
예브게니야는 최근까지도 정치 탄압을 피해 서유럽에 망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전세계에 어머니 구명을 촉구하면서 티모셴코에 이은 제2의 우크라이나 잔다르크로 부상할 수도 있다.
예브게니야는 2005년 영국 런던에서 유학생활을 마친 뒤 록 가수인 남편과 함께 귀국했으나 정치와는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이 되고자 한적은 없지만 앞으로 조국의 민주주의와 정치범 석방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버지 알렉산드르는 정치탄압을 피해 체코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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