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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삼겹살 펀드' 든 김대리… 豚이 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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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삼겹살 펀드' 든 김대리… 豚이 돈될까

입력
2012.02.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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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명품, 그림, 와인, 커피, 물, 유전, 한우, 삼겹살, 홍삼, 선박의 공통점은.'

도통 한데 묶일 것 같지 않은 이들은 모두 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상품이다. 돈을 불릴 수 있다면 가릴 게 없으니 무엇이든 투자대상이 되는 세상이 됐다. 먹고 살기 팍팍해 펀드의 기본이랄 수 있는 주식형펀드도 없는 서민들에겐 다소 먼 이야기겠지만, 투자 위험을 분산해야 하는 부자들에겐 유망한 대안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물론 이런 독특한 펀드 중에는 수익이 썩 괜찮은 것들도 있지만 대개는 투자 수익이 만족스럽지 못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펀드도 여럿 있다. 이색투자는 수익률 편차가 심하고, 시류에 따라 등락이 심해 잘못 골랐다간 여간 낭패가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 사모(私募)형태라 거액의 여윳돈이 없다면 실제 가입조차 힘들다.

우후죽순 이색투자

이색투자펀드는 2006년부터 급속히 늘었다. 글로벌 증시가 호황을 맞으면서 '펀드 광풍'이 불자 틈새를 노린 다양한 투자처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금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색다른 실물을 놓고 너도나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아 투자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시장과 언론의 관심을 이끌었다. 투자방식은 직접투자, 간접투자, 관련지수 연동 등으로 나뉜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와인이 대표적이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 등 아시아의 와인 소비가 늘면서 2007년 최고급와인(샤토무통로쉴드, 1945년산)이 경매시장에서 병당 3억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2006년부터 2년간 글로벌 와인지수(와인가격으로 산정)는 무려 253%나 급등했다. 이 같은 유행을 업고 국내에도 공모(일반투자자)나 사모(고액자산가)형태의 와인펀드가 7개나 등장했다. 프랑스 유명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90%를 투자하는 펀드엔 순식간에 221억원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와인과 쌍벽을 이뤘던 투자대상은 물이었다. 세계적 물 부족 사태에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로 1조원 넘게 끌어 모았다. 생수 회사뿐 아니라 관계시설, 하수처리, 물을 이용한 낙농업 등 물과 조금만 관련된 업종이라면 모두 물 테마로 엮기까지 했다.

한우펀드도 등장했다. 금융투자회사가 자금을 모아 대면 농협과 축산업협동조합 등이 송아지 매입과 2년간의 사육 및 매각을 맡아 수익을 남기는 식이다. 삼겹살펀드는 삼겹살 가격이 쌀 때 사 비쌀 때 팔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아트(미술품)펀드는 백남준 김흥수 김창렬 등 국내 유명 화가들뿐 아니라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이를 다시 팔아 남은 돈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관련전시회 무료 관람, 경매시장 동행 등의 특전도 담겼다. 그러나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이라 일반투자자에겐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커피는 상품 자체가 아닌 선물에 투자한다. 특정기간의 커피 선물가격을 기준 삼아 이후 상승률을 따져 수익을 남긴다. 그러나 전체 곡물 중 커피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판매실적이 신통치 않자, 다른 원자재와 섞어 팔기도 한다.

캠퍼스 전세대란에 맞춰 대학교 기숙사 건립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자금을 모아서 기숙사를 짓고, 15∼20년간 운영권을 갖고 수익을 내는 구조다. 입실비율이 75~80%를 넘으면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돼 있다.

이색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명품이나 드라마, 영화, 뮤지컬, 선박, 악기, 페라리, 옥외광고, 음식물쓰레기 등 세상변화에 맞춰 면면도 다양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0년 말 389개였던 특별자산(이색투자)펀드는 지난해 말엔 410개로 늘어났다. 최근엔 유전펀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선 투자대상이 더 광범위하다. 테러와의 전쟁에 투자하는 '국토안보펀드',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여성리더십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담배회사나 방위사업체 등에 투자하는 '부도덕펀드'와 거꾸로 술 담배 도박 낙태 포르노처럼 기독교가치를 거스르는 업종엔 투자를 기피하는 '착한 펀드'(티머시플랜어그레시브그로스펀드)는 서로 경쟁까지 한다. 흥미롭게도 부도덕펀드는 5년간 수익률이 상위권인 반면, 착한 펀드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수익률은 글쎄

이색펀드가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으나 수익률과 규모를 따진다면 걱정이 앞선다. 최근 1년간 10% 가까운 수익률을 누린 선박펀드나, 4~13%의 수익을 낸 미술품펀드, 꾸준히 7~8%의 수익을 보장하는 기숙사펀드 정도만 체면유지를 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로 폭삭 주저앉았던 명품펀드가 최근 반등하는 정도다.

한때 잘나가던 와인펀드는 차츰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설정금액이 30억원도 안 되는 자투리펀드(설정금액 50억원 미만)로 전락하면서 '정리해고'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와인 가격이 30%이상 급락한데다 설상가상 유럽 재정위기까지 닥친 게 컸다. 물펀드는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투자 규모가 5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고, 수익은커녕 반 토막 난 것도 여럿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에 너무 일찍 나왔다는 게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박장우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팀장은 "사회조류나 유행을 타고 이색투자펀드들이 반짝 등장하지만 대체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형펀드나 채권형펀드보다 규모도 작고 시장상황에 민감한 만큼 어디까지나 분산투자의 한 방편이나 대안투자 정도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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