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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열세번째 아이' 맞춤형 소년, 감정 로봇을 만나 행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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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열세번째 아이' 맞춤형 소년, 감정 로봇을 만나 행복을 찾다

입력
2012.02.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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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번째 아이/이은용 글ㆍ이고은 그림/문학동네 발행ㆍ초등 고학년ㆍ1만1,000원

"머리는 짙은 갈색으로 해 주세요. 눈동자도 같은 색이 좋겠네요. 피부색도 건강해 보이는 게 좋겠죠. 키는 성인이 되었을 때, 187센티 정도가 적당하겠어요. 물론 팔다리 비례도 중요하죠."

시우는 이렇게 태어난 아이다. 서기 2075년, 엄마의 취향에 맞춰 최상의 유전자를 갖게 된 아이는 반에서 제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단 싸가지가 좀 없는데 이것 역시 엄마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냉철한 게 좋겠어요.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거나 측은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말이죠.")

이상적인 아들보다 이상적인 애인을 찾는 것 같은 싱글맘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유전자로 태어난 시우를 사람들은 '열세 번 째 아이'라고 부른다. 이전 맞춤형 유전자로 태어난 열두 명 아이들의 '취약점'을 보완해 태어났기에 사람들은 시우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사람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 까칠한 시우는 이런 기대에 냉소를 보낸다. 로봇 연구자인 엄마 덕에 수백 가지 로봇으로 둘러싸인 최상류층 생활을 누리지만, 시우는 그런 현실에 환멸을 느낄 뿐이다.

첫 번째 맞춤형 인간인 김선 박사가 최연소 노벨상을 받으며 온 세상이 떠들썩하던 찰나,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감정 로봇 레오를 맞이한 시우는 헷갈리기 시작한다. 유전자를 조작한 맞춤형 인간과 로봇의 차이가 뭔가? 소설은 줄곧 이 질문을 던지며 아이의 변화를 그린다. 감정 로봇은 무미건조하지만 완벽한 아이의 삶에 틈을 만들고, 시우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방황한다. 혼란을 겪는 시우에게 김선 박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시우는 레오와 감정을 나누며 '진짜 완벽한' 인간이 되어 간다.

동화는 미래에 있을 법한 상상을 통해 지금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만든 집과 교실은, 아이들에게 획일적 삶을 강요하는 우리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 철저히 관리되는 동화 속 사회는 잘 먹고 잘 살려면 감정 따위는 뒤로 미루고 뛰어야 한다고 말하는 작금의 무한경쟁 시스템과 닮아 있다. 시우가 인간다움을 되찾으며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되묻는 과정의 묘사가 탁월하다.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 <고래가 그랬어> 등 청소년 도서의 일러스트로 잘 알려진 이고은씨의 그림을 곁들여 보는 맛도 더 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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