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해가 안 가고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자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이런저런 비리 의혹에 휘말려 해명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그렇다. 이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누구보다 더 헌신하고 조심했어야 할 이 의원이 굵직한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연루 의혹을 받는 것은 죄가 있건, 없건 처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검찰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백수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이 의원 여비서 계좌의 10억원만 해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박 보좌관이 받은 돈이 2억원으로 밝혀지자, 이 의원은 나머지 7억원 정도는 20년 전부터 축의금 등을 모은 자기 돈이며 집에 보관했다가 2009년 이후 여비서 계좌로 옮겨 사무실 경비로 썼다고 주장했다.
일단 차명계좌 운용은 금융 실명거래를 위반한 잘못된 일이다. 현행법상 금융기관 임직원이 아닐 경우 처벌되지 않지만, 이 의원이 도덕적 비난마저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무실 운영경비가 7억원이나 필요한지, 떳떳한 돈이면 왜 여비서 계좌에 넣었는지, 이 의원의 해명을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수백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이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는 어제 보도는 국민들을 더욱 참담하게 한다. 비례대표 공천에 거액이 오갔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정부 부처와 공기업, 금융기관 인사를 둘러싸고 "굵직한 자리는 이상득 라인을 통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가 퍼져 있었다. 이런 진술이 나온 이상, 철저한 수사로 진위를 가려야 한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 사정팀, 국정원,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사정기관의 최우선적인 업무는 비판세력 사찰이 아니라 대통령 친인척과 정권 실세들을 엄정하게 관리하고, 이를 통해 공직ㆍ사회기강을 바로잡는 것이다. 사정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이들 기관의 수뇌부가 이 의원 측과 교분을 맺기 위해 애썼다니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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