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의회에 제출된 SOPA(온라인저작권침해금지법안)로 온라인 상의 콘텐츠 공유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저작권 보호냐 인터넷 자유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이때 "모든 파일은 공유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신흥 종교 단체가 등장했다.
스웨덴에서 탄생한 코피미즘교(Kopimism·http//kopimistsamfundet.se/)는 영어 "Copy me(나를 복제하라)"에서 따온 말이다. 코피미스트들은 영화 음악 사진 등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성스럽게 여기며, 복제와 공유를 통해 신성함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파일 공유를 방해하는 저작권법은 신도들이 가장 경계하는 악이다. 이들의 눈에 SOPA를 발의한 의원은 적 그리스도 격이다. 교회의 상징은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를 실행하는 자판 단축키 Ctrl+C와 Ctrl+V다. 이 장난같은 종교는 놀랍게도 지난해 12월 스웨덴 정부로부터 정식 종교단체로 인정받았다.
코피미즘교를 창시한 주인공은 이제 갓 스무 살 된 청년 요한 게르손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철학과 학생인 그는 스웨덴 정당 중 저작권법 개혁을 주장하는 해적당(piratpartiet) 산하 청년조직의 회원이다.
이 신출내기 철학자가 저작권법 반대에 그치지 않고 종교를 창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게르손은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콘텐츠들의 유용성에 감명받았다. 방대한 지식과 자료들이 특정 개인이나 기업에 묶여 있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창 정보의 바다에 빠져 있던 그에게 문득 "이걸 종교로 등록하면 안될까"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당국은 "정식 종교가 되려면 일련의 의식과 기도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며 게르손과 친구들이 제출한 지원서를 거부했다. 게르손은 굴하지 않고 "성스러운 정보를 복제하고 공유함으로써 가치를 배가하는 것이 코피미즘의 종교 의식"이라고 규정, 세 번째 시도만에 승인을 얻어냈다.
코피미스트가 되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자격 요건은 없다. 게르손은 거룩한 정보를 숭배하고 열심히 퍼 나르는 모든 이들을 신도라고 부른다. 코피미스트는 최근 6개월 간 1,000명에서 3,000명으로 부쩍 늘었다. 이들 중 몇몇은 음악이나 영화 등의 파일을 공유하기 위해 매주 집회를 갖는다.
게르손은 "코피미즘교를 통해 파일 공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라지기를 바란다"며 "최종적으로는 파일 공유가 합법화해 모든 이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콘텐츠를 주고 받을 수 있기를 꿈꾼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스웨덴 정부가 코피미즘을 종교로 인정한 것이 불법 복제물 대응방침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스웨덴은 특이한 종교에 관대해 도깨비나 요정을 숭배하는 모임도 종교 단체로 인정한다. 음악 전문가 마크 물리건은 "스웨덴 정부의 종교 승인은 법률이나 제도보다는 사회 규범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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