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65만명의 시민 선거인단이 참여한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통합당의 기세가 오르고 있다. 덩달아 권력 탈환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 올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을 앞서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이 무엇을 잘했는지 생각하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야당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한다 해도 민주당은 부실 국회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오르는 게 희한한데, 이유는 간단하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실정에 대한 평가가 바닥 수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롤러코스터처럼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게 지지율이다. 민심 변화에 따라 급전직하도, 급상승도 할 수 있다. 민심의 평가와 흐름은 정당을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로 막강하다. 그러니 요즘처럼 빅 매치를 앞두고 기성 정당의 개혁ㆍ쇄신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민심을 살피는 정당의 촉수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이념 분포는 대체로 보수 30%, 중도 40%, 진보 30%의 비율이라고 한다. 어떤 선거에서든 중도 40%의 민심을 얻은 정당이 승리하는 구조다. 새누리당이,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기도 하지만,'좌 클릭'정책 공약을 잇따라 내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이 구도는 보다 명확해진다. 민주당 지지율이 30%대이고, 민주당보다 조금 뒤진 새누리당도 30%대다. 중도 40%의 움직임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이야기다. 변화가 안 보인다 해서 중도 40%가 정치 상황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도의 표심은 무관심 뒤에서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다만 중도 40%가 양당을 바라보는 태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에 대한 중도 40%의 태도는 '주시'라는 말로 집약할 수 있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워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어떤 인물과 정책으로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여기에 기대나 희망을 얹진 않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태도는 다소 미묘하고 복잡하다. 대안 부재 때문에 새누리당보다 '기대'를 갖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큰 신뢰는 주지 않고 있다. 중도 40%의 입장에서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뜨악한 행태가 민주당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부에 대한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가 대표적이다. 한명숙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았을 때는 사법부를 떠받들다가, 멤버 정봉주 전 의원과 사무총장에 임명된 임종석 전 의원에 대해 사법부가 내린 유죄 판결은 부정하는 태도를 중도 40%는 이해하지 못한다. 미디어렙법, 디도스 특검법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이 국회에 산적해 있는데 2월을 '정봉주 구명의 달'로 정하고 정 전 의원 한 사람을 위해 형법, 공직선거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중도 40%는 납득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그렇다 쳐도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문제에서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채 약사회를 두둔한 몰염치에 중도 40%는 민주당이 국민 정당인지 반문하고 있다. 예산 대책도 없이 총선만을 겨냥해 설익은 정책 공약을 남발하는 모습에 중도 40%는 민주당이 국정 운영 경험이 있는 수권 정당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도의 속내를 살피는 촉수를 더 다듬어야 한다. 중도 40%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선거전에서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 지지율 30%대 정당의 외연을 넓히려면 민주당은 합리와 상식을 좇는 책임있는 정당으로서의 일관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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