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택 정책, 공공요금 인상 등 민감한 사안마다 중앙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 '명분보다는 실용'에 방점을 둔 박 시장이 기존 서울시정의 틀을 변혁해가는 과정에서 중앙 정부의 기존 정책과 충돌하는 양상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신경전은 지난해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박 시장의 설전으로 먼저 불거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16일 박 시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개포지구 3개 구역을 포함한 재건축 4건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당시 부동산 시장에선 '박 시장이 재개발ㆍ재건축 정책을 전면 개편하기 위한 첫 단계'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자 권 장관이 9일 뒤 예고 없이 국토부 기자실을 방문해 "박 시장의 주택정책은 친서민 정책이 아니라, 서민을 서울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권 장관의 발언, 염치가 먼저입니다. 그게 상식이지요"라는 글을 올리며 반박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지난달 30일 시가 뉴타운∙정비사업을 근간부터 재검토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더욱 커졌다. 시는 사업 추진주체(추진위, 조합) 해산 시 발생하는 매몰 비용을 정부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정부의 비용 분담이 절박하며,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다음날 "뉴타운 내 재개발ㆍ재건축 등은 민간사업으로 사업비나 개발이익이 민간에 귀속되기 때문에 소요된 비용을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을 옳지 않다"며 공식 거부했다. 국토부는 "만약 추진위와 조합 사용비용을 지원할 시 타 민간 개발사업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고 했다. 사실상 박 시장의 뉴타운ㆍ정비사업 출구전략에 협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이번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발표 과정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해 요금 인상 시기를 미뤄달라'는 기획재정부의 요구를 뿌리치고 2일 인상을 강행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 승차로 인해 적자가 쌓이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청한 상태나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울시와 정부가 이처럼 사사건건 부딪히는 것은 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정부와 서울시의 밀월 관계가 깨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여기에 박 시장이 친서민을 내세우며 연일 파격적인 시정 변화를 추진해 정부의 기존 정책과 부딪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와 박 시장의 철학이 워낙 달라 당분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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