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에서도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정신이 훼손됐다는 비판에서부터 영ㆍ호남 배제론, 특정 학맥 독식론 등 전선 자체가 꽤 넓게 형성되는 모양새다. 일부에선 공천심사위를 재구성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계파 안배 소홀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성근 최고위원은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천심사위 구성에서 통합의 정신을 찾을 수 없다”며 공천위 전면 재구성을 요구했다. 그는 공천심사위원 명단을 확정하는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이는 문 최고위원이 시민통합당 몫으로 추천한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 등 2명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민주통합당 출범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했는데도 공천위에선 완전히 배제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시민통합당 출신 한 당직자는 “우리를 통합의 들러리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 아니냐”고 반발했다.
지역 문제도 불거졌다. 호남 출신 한 의원은 당내 공천위원 7명 중 호남 출신이 1명임을 들어 “선거 때만 되면 모든 잘못이 호남에 있는 것처럼 상황을 몰아가는데 우리가 무슨 천형을 짊어진 사람들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출신 조경태 의원도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면서 영남 출신을 뺀 건 자기모순”이라며 “끼리끼리 친한 사람들이 들어갔는데 공정한 공천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통합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한국노총 출신 인사가 빠진 점과 이화여대 출신이 너무 많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명숙 대표와 이미경 총선기획단장에 이어 공천위원을 맡은 최영희 의원,최영애 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문미란 변호사 등이 모두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장세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ㆍ노동세력과 비친노그룹, 영ㆍ호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서 “불균형적 공천심사위 구성이 호남과 비친노 세력에 대한 공천 학살로 이어져 결국 총선 필패라는 죄악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지도부는 서둘러 수습에 나섰다. 신경민 대변인은 5시간 넘게 계속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상황을 설명한 뒤 “복잡한 조정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 통합의 정신을 살리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대신 선거 국면으로 가면 시민통합당 측의 참여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공천심사위를 재구성하기보다는 비례대표 공천심사위를 별도로 구성하는 과정 등에서 시민통합당 측과 한국노총 측 인사들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당의 ‘화학적 결합’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시민통합당 측 입장에서 보면 한명숙 체제 출범 후 주요 당직에서 배제됐다는 불만을 가졌을 법한 상황에서 공천심사위에서도 빠졌으니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지도부가 제대로 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 당의 발걸음이 무거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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