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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아빠는 어릴 때 할아버지 속 썩인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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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 아빠는 어릴 때 할아버지 속 썩인 적 없어요?

입력
2012.02.0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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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라는 이름의 외계인/김영아 지음/라이스메이커 발행·280쪽·1만3,000원

어릴 때 부모님 지갑에 손 댈까 말까 갈등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특히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은 10대 학창시절엔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로 용돈 몇 푼 더 타내본 경험도 한번씩은 있을 법하다. 세월이 지나 어른이 되니 그때 그 경험들, 심심풀이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됐다.

그런데 많은 어른들이 자신의 자녀가 부모 지갑에 손을 대거나 거짓말로 용돈을 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당황하거나 실망을 한다. 내 아이는 그런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걱정부터 앞선다. 자신의 10대 시절은 까맣게 잊은 채.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소통이다. 정치인, 연예인, 기업가, 과학자 너나 할 것 없이 소통에 나선다. 그러나 정작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은 막혀 있다. 누가 왕따를 당해 자살을 했고, 누가 누구를 이유 없이 때렸고, 누가 어떤 물건을 훔쳤다는 둥 하루가 멀다 하고 문제의 10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이 책은 가정 소통의 부재에서 찾는다.

부모가 자녀와의 소통에서 가장 잘못을 많이 저지르는 경우는 자녀가 잘못했을 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갑 속 돈이 사라졌을 때 많은 부모가 깜짝 놀라며 아이를 다그친다. 왜 그랬냐며 윽박지르고, 다음부터 절대로 그런 못된 짓 하지 말라며 다짐부터 받으려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행동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게 어떤 내용이라도 솔직하게 밖으로 끌어내주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봐야 한다는 게 심리학자인 저자의 처방이다. 객관적으로 잘잘못부터 따지려 들면 아이는 점점 안으로 움츠러든다. 설사 아이가 반항적이거나 삐딱한 태도로 얘기하더라도 "말해줘서 고맙다"며 들어주면 아이 역시 조금씩 마음을 연다.

저자는 부모의 표현 방법도 낱낱이 지적한다. "널 사랑해서, 네가 잘 되라고 그러는 거다"라든지 "엄마 아빠가 어릴 적엔…"이라며 무조건 옛날과 비교하는 식, 부모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하지만 10대 시절 자신의 부모가 그런 표현을 썼을 때 얼마나 싫었는지를 떠올려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말들이라는 것이다.

다들 연습은 고사하고 준비조차 할 새 없이 부모가 돼 버린다. 아이도 처음 10대를 맞지만 부모 역시 처음 부모가 돼 본다. 양쪽 다 서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말이 통하지 않는 외계인처럼 멀어져 간다. 저자는 그래도 10대를 겪어본 부모가 먼저 노력해보자고 다독인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상담사례들이 멀어져 버린 부모와 10대에게 화해의 열쇠를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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