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ㆍ박병철 옮김/시공사 발행ㆍ416쪽ㆍ1만8000원
미국 등 선진국의 비만율은 30%를 넘는다. 신생아의 30%는 제왕절개술로 태어난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사람도 전체 인구의 절반 가량이다. 면역력도 약해져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린다.
찰스 다윈은 진화의 원동력을 '자연선택'이라고 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뚱뚱하고 눈도 나쁘고, 아이도 자연분만으로 잘 낳지 못하는 인류는 제대로 된 진화의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의 저자 크리스 임피 미국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교수는 인간은 진화라는 게임에서 벗어나는 쪽을 택했다고 말한다. 도구와 기술을 발전시켜 무자비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빠져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먼 미래엔 과학기술의 힘으로 만들어진 똑똑하고 섹시한 '개량 인간'과 철학ㆍ종교적인 이유로 이를 거부한 '자연 인간'으로 나뉠 거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개량 인간조차 급격히 변하는 환경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환경 변화에 경솔하게 대처하다간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험해진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세상은>
곳곳에서 지구를 살리자, 핵무기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인류종말을 알리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는 현재 종말을 5분 앞둔 오후 11시55분을 가리키고 있다. 이 시계는 소련이 붕괴하던 1991년만 해도 11시 43분에 머물렀다. 인류는 20여년 만에 최후의 날에 빠르게 다가선 것이다. 실제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겪고 있다. 매년 동식물 3만종이 사라진다. 과거의 멸종률보다 1,000배 빠른 수치다. 인간도 어찌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 저자는 인류 종말을 불러올 주요 원인으로 지구온난화, 핵전쟁, 바이러스를 꼽는다.
이 책은 지구와 우주가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할지도 적고 있다. 이제껏 나온 다양한 가설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그렇다고 여러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치진 않는다. 저자는 역사 철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을 넘나들며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상상력 넘치는 추측과 진지한 철학적 고민 등으로 풀어나간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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