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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가인의 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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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가인의 연기 논란

입력
2012.02.0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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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연기 못한다"는 말보다 큰 상처는 없다. 오랜만에 의욕을 갖고 나왔거나,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발 연기''책 읽기''예쁜 얼굴만 자랑하는 배우'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김태희도 한동안 이런 비아냥거림에 시달렸고, 사극에 도전했던 '공주의 남자'의 문채원도 처음에는 그랬다. 영화는 그나마 낫다. 충분히 준비하고,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드라마는 일단 시작하면 허겁지겁 따라가기 바쁘다.

■ 시청자들은 아역이 성인으로 바뀔 때 특히 연기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역의 연기가 인상적일수록, 드라마의 인기가 높을수록 정도가 심하다. 아역의 잔상을 기준으로 끝없이 둘을 비교한다. 조금이라도 아역이 가져다 준 감정이입을 방해하거나, 정서적 일체감을 주지 못하면 곧바로 연기에 혹평을 내린다. 15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당시 이미 최고 연기자로 인정받은 최수종도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톱 스타일수록 아역 뒤를 잇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싱크로율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요소와 요소가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완성도 또는 정확도와 비슷한 말로 사진 합성, 영상물 편집과 더빙, 캐릭터 등에 적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그럴 듯하다는 얘기다. 인기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의 캐릭터가 좋은 예로 알고 보니 상상이 아니라 실존 새를 닮은 것이어서 싱크로율 100%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작품의 캐릭터와 연기자의 유사성, 아역과 성인 역의 일체감에 이를 적용한다.

■ MBC 사극'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 연기논란도 결국 낮은 싱크로율에 있다. 감성 넘치는 아역 김유정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느낌 때문이다. 실제 감정표현은 어색했고, 대사는 자기 스타일을 잃어버렸다. 첫 사극에 대한 부담, 아역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이다. 그렇다고 속단할 일은 아니다. 연습 없는 드라마 연기이기에 조금은 기다려 봐야 한다. 이미 무녀 한가인만의 매력이 엿보이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난해 KBS 최우수 여자연기상수상자는 문채원이었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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