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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터줏대감 부상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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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볼 터줏대감 부상투혼

입력
2012.02.03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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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몸에 왜 뛰려고 하는가."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이겨야 하니까요."

한국 남자핸드볼의 간판스타인 박중규(29ㆍ전 두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리고 있는 제15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투혼(鬪魂)을 불사르고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부터 대표팀 터줏대감인 박중규는 역대 한국 남자핸드볼의 취약 포지션인 피봇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190cm 100kg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데다 몸싸움도 탁월하고, 순발력과 유연성이 뛰어나 득점력도 발군이다. 박중규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이번 대회 일본과의 A조 예선 최종전에서도 5골을 몰아넣으며 팀을 4강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박중규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한마디로 엉망이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예선 때 오른쪽 무릎 연골을 다친 뒤 이번 대회에서도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오른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기도 했다.

박중규는 지난 3일 현지 병원 응급실에서 무릎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주사까지 맞았다. 박중규를 진찰한 의사는 "지금 몸 상태로 뛰는 것은 무리다"라고 했지만 그는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정도는 참고 뛸 수 있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 핸드볼의 자존심이 걸려 있잖아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고요. 아시아에서 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무릎은 대회가 끝나고 국내에서 집중적으로 치료를 하면 됩니다."

부상 투혼을 보이고 있는 박중규는 오히려 자신의 몸 때문에 짜증이 나서 미치겠다고 말한다. "몸을 조금만 빨리 움직이면 공격 찬스도 쉽게 나고, 수비에서도 확실하게 할 수 있는데 답답하다"고 덧붙인다.

지난해로 소속 팀인 두산과의 계약이 끝난 박중규는 지금 '무소속'이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좀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여러 루트를 통해 해외 진출도 알아보고 있다.

외모만큼이나 말도 시원시원하게 한다.

"똑같은 선수들하고 경기를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세계적인 선수들과 몸싸움을 펼치면서 골까지 넣는다면 정말 스릴이 있을 것 같아요. 큰 무대에서 뛴다면 배우는 것도 많고 운동하는 맛이 날 것 같습니다."

제다(사우디아리바아)=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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