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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해를 품은 달' 원작 쓴 얼굴없는 작가가 대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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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해를 품은 달' 원작 쓴 얼굴없는 작가가 대체 누구야?

입력
2012.02.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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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극 '해를 품은 달'의 인기가 안방극장을 달구면서 원작 소설과 작가 정은궐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작 <해를 품은 달> 은 2005년 시공사에서 처음 나온 뒤 지난해 파란미디어에서 재출간된 역사로맨스 소설. 드라마 인기 덕에 교보문고, 예스24 등 온ㆍ오프라인 서점에서 3,4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판매부수 50만부를 넘었다. 독자층이 한정된 로맨스 소설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10년 KBS에서 방송돼 역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사극 '성균관 스캔들'도 정씨의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이 원작이다. 근엄한 이미지의 성균관을 로맨스의 무대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조선의 임금을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등 파격적인 설정으로 독자들은 물론, 드라마 제작자들, 나아가 시청자들까지 사로잡고 있는 이 작가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정씨는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는커녕 그의 신상에 관해서는 30대 후반 여성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출판사 측도 정씨의 연락처 문의는 물론 신상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출판계에 따르면 정씨가 초창기부터 '얼굴 없는 작가'로 활동한 것은 아니다. 몇 해 전 한 출판사가 마련한 술자리에 얼굴을 내밀었고, 2010년 소설가 박상, 노희준, 하재영씨가 만든 밴드 '말도 안돼'의 공연에도 나타났다. 당시 공연에 참석한 출판계 관계자는 "30대 여성으로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당시 유명 작가가 아니라서 눈에 띄지 않았고, 안면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아 대다수가 정씨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당시 정씨가 순문학 작가들 위주의 '문단'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성균관 스캔들'로 이름이 알려진 뒤에는 출판 동네 모임에 얼굴을 비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의 작품은 현재 장르문학 출판사 파란미디어에서 출간되고 있다. 순문학 분야에선 20만부만 넘겨도 '대박'으로 치는 요즘, 정씨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이 80만부, 후속작인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이 50만부, <해를 품은 달> 이 50만부를 넘기며 출판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최근 한 중견 출판사가 정씨에게 편당 계약금 3억원을 제시했다는 설도 나돈다. 그러나 정씨가 판권계약 등을 일임한 파란미디어 관계자는 "그 정도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얼마 전 한 유명 장르소설 작가가 대형 출판사와 6억원 선에 계약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최소한 그 정도 이상 돼야 한다는 얘기다. 정씨의 차기작을 계약한 출판사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드라마 덕에 <해를 품은 달> 이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의 판매기록을 앞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파란미디어의 이문영 편집주간은 "우리도 놀랄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그는 인기 비결로 "장르소설의 특성"을 들었다. 장르소설은 순문학에 비해 이야기성이 강하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종의 공식 같은 장치를 곳곳에 심어둔다. 이런 특징은 장르소설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이 작품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운 진입장벽을 만들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자꾸 찾게 되는 중독효과를 일으킨다. 때문에 장르소설은 캐릭터나 에피소드가 진부하다는 평을 받으면서도 열혈 마니아층을 형성한다. 드라마, 영화로 각색돼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찾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느는데, <해를 품은 달> 이 그런 경우다.

이문영 주간은 "장르소설은 대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지난해 <아프니까 청춘이다> 인기가 말해주듯 공감과 위로를 찾는 사회 분위기도 소설 인기를 올리는 요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정씨의 작품은 역사와 판타지를 접목해 훨씬 자유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강점이 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데다, 역사소설 특유의 근엄하고 무거운 분위기도 없다.

출판계는 정씨에 이은 기대주로 소설 <7년의 밤>의 정유정 작가를 꼽는다. 두 작가 모두 신춘문예나 문학출판사 신인상 등 정식 등단을 거치지 않았고, 판타지 소설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출간된 <7년의 밤>은 20만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로 영화사 위더스필름에 1억원에 판권이 팔렸다. 장르문학 작가인 김이령씨 역시 처녀작 <왕은 사랑한다> 가 상당한 가격대로 드라마 판권이 팔리며 벌써부터 '제2의 정은궐'이란 소문이 자자하다. 이 소설은 고려 충선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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