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쟁/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공진성 옮김/책세상 발행·332쪽·2만원
'고전적인' 전쟁은 팽팽하게 맞대결하는 국가 간 무력 충돌이다. 선전포고로 시작해서 평화협정으로 끝내기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정규군이 전쟁 규범에 따라 교전했다.
2001년 9ㆍ11 테러는 이러한 '낡은' 전쟁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미국은 압도적 군사 우위를 갖고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독일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는 '낡은' 전쟁이 냉전 종식 이후 '새로운' 전쟁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전쟁의 특징을 그는 '군사적 폭력의 탈국가화'로 요약한다. 국가는 전쟁 독점권을 잃고 대신 군벌과 파르티잔, 용병회사와 국제적 테러조직 같은 '전쟁사업가'들이 전쟁의 주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고전적 전쟁이 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더 이상 지배적 경향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전쟁의 구체적 양상은 '전쟁의 비대칭화, 경제화, 탈군사화'다.
비대칭성 전쟁은 대등하지 않은 세력 간의 충돌이다. 약한 쪽은 대규모 접전을 피하면서 적을 괴롭힐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민간인 학살이나 약탈, 강간, 전쟁 포로 고문을 금지하는 전쟁 규범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 결과 비대칭적 전쟁은 대칭적 전쟁보다 더 잔혹하고 끔찍하며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새로운 전쟁에서 전쟁은 돈벌이 수단이다. 군벌과 민간군사회사가 전쟁 경제화의 주역이다. 돈과 권력을 탐내는 군벌은 무기와 물자 수급 과정뿐 아니라 천연자원 채굴권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 세력을 불린다. 빈곤과 실업, 기아가 심한 지역에서 전쟁은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군사적 폭력이 식량을 얻고 자신의 힘을 확인하는 효과적 수단임을 안 민간인은 스스로 전사가 되어 적극적으로 전쟁에 뛰어든다.
전쟁의 탈군사화에 따라 전쟁은 전투 장면보다 난민 행렬, 비참한 수용시설, 굶주리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쟁은 전선에 머물지 않고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일상에 파고든다.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폭력 밑에서 민간인은 추방, 노예노동, 인신매매, 강간 등 온갖 야만에 그대로 노출된다.
저자는 비대칭적 전쟁이 21세기 역사를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가 "매우 시끄럽고 요동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그 고민은 숙제로 남겼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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