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어요. 소녀시대가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나오다니. 미국 가수도 출연하기 힘든데 얼마나 대단한 건지 뉴스에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소녀시대 홍보대사라도 된 듯 세븐(28ㆍ본명 최동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인기 토크쇼에 출연한 소녀시대를 보며 그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제 한류가 미국과 유럽까지 파고들고 있지만 세븐이 미국 시장을 두드리던 4년 전엔 한국 가수가 미국 지상파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흐름과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실패였지만 제겐 좋은 추억이고 경험이 됐어요."
2010년 여름 미국 활동을 접고 국내 무대에 복귀해 미니앨범 '디지털 바운스'를 발표한 지 1년 반 만에 세븐이 활동을 재개했다. 1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앨범은 타이틀곡 '내가 노래를 못해도' 등 6곡을 담았다. 2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세븐은 "일렉트로닉 팝, 발라드, R&B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앨범"이라며 "지난 앨범과 180도 달라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노래를 못해도'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이 작사ㆍ작곡했다. 잠시 손호영의 손도 거쳤지만 박진영이 자신의 앨범에 넣으려고 아껴뒀던 노래다. 세븐은 YG의 양현석 사장, 박진영과 함께 만나던 중 이 곡을 처음 듣고는 "내가 부르면 더 잘할 것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 노래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세븐의 새 앨범을 들으면 어셔나 니요, 크레이그 데이비드 같은 R&B 가수들이 떠오른다. R&B는 세븐의 음악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규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븐은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틀에 박혀 있지 않아 곡마다 다른 느낌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타이틀곡 외 다섯 곡은 세븐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 선곡부터 레코딩, 재킷 디자인, 뮤직비디오 콘셉트까지 결정했다. 그래서 "가장 애착이 많이 가고 만족도가 높은 앨범"이라고 했다. 프로듀서로 나서도 될 만큼 YG 패밀리에서 고참급 가수인 그는 신인 그룹 오디션에도 일일이 참견할 정도로 "캐스팅엔 자신이 있다"고 했다.
'내가 노래를 못해도'에서 세븐은 '내가 모든 걸 잃어도 내 인기가 떨어져도 나라는 이유만으로 날 계속 사랑해 줄 수 있니'라고 묻는다. 데뷔 10년차 가수가 팬들에게 건네는 질문일까. "인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언제든 떨어질 수 있으니까. 무대에 섰는데 멋있어 보이지 않으면 그게 제일 아닌 것 같아요. 그 시점이 오면 은퇴해야겠죠. 그래도 아직까진 전성기라고 봐요. 앨범마다 편차는 있어도 실력만은 계속 상승세라고 생각하거든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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