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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논란/ "진보마초" 비판 확산… '거침없는 정치도발' 인기가 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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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 논란/ "진보마초" 비판 확산… '거침없는 정치도발' 인기가 화근

입력
2012.02.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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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더니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그런 격이다. 공동진행자들이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접견민원인 신청서에 여성들이 인터넷에 올린 비키니 사진을 두고 "가슴 응원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고 적은 사진에 이어 최근엔 "면회 희망 여배우 명단 작성하라. 욕정 해결방안 발표하라"는 내용의 또 다른 신청서 사진까지 인터넷에 등장했다.

앞서 방송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신다"며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7일째 파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나꼼수는 당당하다. 그간 침묵하던 나꼼수 측은 2일 "성희롱 할 생각이 없었고 성희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발언하겠지만 해명이나 사과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반 청취자들의 강한 비판과 작가 공지영씨, 진보논객 진중권씨 등 유명인들의 사과 촉구,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입장표명 요구가 줄을 잇는데도 말이다. 개인도 공개된 자리에서 삼가는 성적 농담과 침해, 마초의식에 대해 나꼼수는 무엇이기에 자기반성이 없느냐는 것이다. "나꼼수가 권력이 됐다"는 비난까지 나오게 된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나꼼수는 이미 무소불위의 권력이다"(한나라당 재선의원), "섣불리 내용에 대해 잘못 말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두려워 아예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한 보좌관)라는 말까지 나온다.

나꼼수를 '권력'이 됐다고 보는 배경에는 이들이 몰고 다니는 여론의 힘이 있다. 나꼼수는 방송 내용뿐 아니라 김어준ㆍ주진우ㆍ김용민ㆍ정봉주 등 멤버들의 일상생활, 일거수일투족까지 뉴스가 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다. 나꼼수가 오프라인으로 처음 나온 지난해 10월 열린 첫 '토크콘서트' 때는 3만3,000원~4만4,000원인 공연의 티켓 1,400장이 20분만에 매진될 정도였다.

인기의 주된 비결은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정치'와 '재미'를 연결시킨 점이다. 시작부터가 '도발'이었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대통령을 '가카'로 비꼬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송에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특히 '선관위 디도스 공격',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비리 의혹', '나경원 의원 1억 피부관리숍 의혹' 등 잇단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인기도 폭증했다.

지난 해 11월부터 나꼼수를 듣고 있다는 김동규(29)씨는 "한미FTA 같은 어려운 시사를 쉽고도 깊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 감탄했다"며 "정치인, 재벌 등 기득권 세력에 불신이 생겼고 그들의 비리를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듣는 이들이 웃을 수 있는 건 나꼼수의 자유로운 형식 때문이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 교수는 "기존의 미디어가 진지한 척 하면서 거짓말을 했다면 나꼼수는 거짓말인 듯 진실을 얘기한다"며 "개그(형식)이지만, 실은 개그가 아닌 방송"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 자유로운 형식은 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심각한 주제를 발랄하게 전달하는 이른바 'B급 문화의 표현'이라는 옹호론도 있으나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으로 깎아 내리는 관음적 시각은 문화로 합리화될 수 없는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나꼼수는 이미 큰 사회적 영향력과 힘을 가진 매체가 됐다"며 "그런 만큼 방송에서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꼼수가 전국언론노동조합으로부터 '민주언론상'을 받긴 했지만, 나꼼수의 정체성은 여전한 논쟁거리다. 탁현민 교수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는 비상업적 팟캐스트일뿐"이라며 "여론을 움직인다고 해서 이들에게 '공인의 의무'를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미 나꼼수 이후 '나는 꼽사리다', '뉴스타파' 등 새로운 형식의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언론에 대한 재정의와 윤리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김현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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