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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특허전쟁, 패자 뿐인 싸움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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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vs 애플 특허전쟁, 패자 뿐인 싸움 전락하나

입력
2012.02.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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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소송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판결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원고가 패소(피고 승소)하고 있다는 점. 싸움을 걸고 공세를 편 쪽이 오히려 지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양사간 특허전쟁은 이제 '승자의 싸움' 아닌 '패자의 싸움'이 되어 버렸으며, 모두를 지치게 하는 소모전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판매금지 가처분과 본안 소송(2건) 등을 포함한 양 측의 특허소송 전적에서 애플은 8승6패로 삼성전자에 근소하게 앞서 있다.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전자의 승패 아닌 원고와 피고간 승패를 따져 보면, 압도적으로 원고 패소 판결이 많다. 세계 각국 법원에서 총 14차례 맞붙어 먼저 공격을 한 쪽(원고)이 이긴 경우는 단 3차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독일(뒤셀도르프)에서, 또 지난해 9월 호주(뉴사우스웨일즈)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을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어 이긴 게 전부였다.

이에 비해 나머지 11차례는 애플이든 삼성전자든 관계 없이 모두 피고가 승리를 가져갔다.

모 기업의 특허담당자는 "싸움을 건 쪽이 지는 경우가 계속 진다는 것은 결국 특허를 무기로 한 공격의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업계는 법정에서 원고패소 판결이 잇따르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원고 손을 들어주지 않는 건 양 사가 벌이는 특허공세, 즉 특허를 앞세워 상대방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전략 자체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판결이 계속 나온다는 건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두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선의의 기술경쟁을 벌이기 보다는 기존 기술을 지키는 데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 작년 11월 우리나라를 찾았던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도 "양 사의 특허소송전에 승자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는데, 승자 없이 패자만 만들어내고 있는 최근 판결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각에선 "판사들도 양 사의 특허소송전쟁에 피로감을 느낀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는 특허소송이 반독점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부분. EU 집행위원회의 이 같은 방침은 양사의 무한경쟁 때문에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없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필요할 경우 특허싸움에 개입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사실 양 사 모두 소송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애플은 작년 말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N의 디자인은 아이패드와 확연히 다르게 바꿨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믿었던 디자인 특허공세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상당히 당혹해가고 있다. 갤럭시탭 10.1N의 애플 디자인침해여부를 가리는 판결은 이달 9일 예정되어 있는데 현재로선 원고 승소를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승부수로 띄웠던 3세대(3G) 통신 특허기술과 관련한 본안 소송에서 최근 애플에 2연패를 당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까지 애플과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 비용이 2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양 사 모두 이 싸움이 소모적이란 걸 알면서도, 결국은 화해로 풀 수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코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또 다른 형태의 치킨게임이 되어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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