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덮친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사고가 잇따라 발생, 4시간 이상 상행선 도심 구간 운행이 중단되는 등 출근 대란 사태가 빚어졌다.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전례가 드문 2월 추위 속에서 다른 교통편을 잡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고, 이날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 발표까지 겹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첫 사고는 오전 7시26분 천안발 청량리행(상행선) K602호 열차가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시작됐다. 박승언 코레일 광역차량처장은 "배터리 방전으로 전동차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천안, 인천, 수원 등에서 출발한 1호선 상행선 지하철 운행이 40분 넘게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은 뒤따라 도착한 열차를 연결해 8시 8분 고장 차량을 성북 차량기지로 밀어내는 식으로 사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네 정거장도 가지 못하고 27분 만인 8시 35분 종로3가역과 종로5가역 사이에서 제동장치 이상으로 사고열차의 9번째 칸 열차 바퀴가 탈선했다. 이 바람에 상행선 서울역 청량리역 구간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그 사이 1호선 구로역에서는 오전 7시 50분 전기 공급선이 늘어지는 사고가 발생, 하행선 열차 운행마저 차질을 빚었다. 윤병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1호선은 지상 구간이 많아 영하 20도에 가까운 한파로 전기 계통에 이상이 온 것 같다"고 해명했다.
사고 직후 서울 및 수도권 서남부 지하철역 일대는 대체 교통편을 찾지 못한 시민들로 미어 터졌다. 사고 열차에 탔던 직장인 최모(43)씨는 "아무런 설명 없이 열차가 지연된다는 방송만 나오다 운행을 중단한다면서 내리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꼼짝 없이 지각하게 된 사람들은 지하철 연착 확인증을 받기 위해 각 역 역무실로 몰리기도 했다.
영등포역 앞에서 발을 구르던 대학생 오성경(23)씨는 "지하철에 갇히는 바람에 예약한 대구행 KTX를 놓쳐 꼼짝없이 위약금을 물게 됐다"며 "지하철 연착은 기차표 환불 사유가 안 된다는 말에 더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김모(34)씨는 "지하철 지연 사고가 빈번한데 시스템도 개선하지 않으면서 요금만 150원 올리면 어떡하냐"고 비난했다. 지하철 1호선 운행은 5시간여만인 낮 12시쯤에야 정상화됐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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