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억대 내기골프를 무죄라고 판결한 이정렬 판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판사는 카지노와 골프대회 스킨스 게임 등은 괜찮고, 개인의 내기골프는 도박죄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중적 잣대라고 보았다. 그 때'이정렬 판사의 정성'이란 제목으로 지평선 칼럼을 썼다. 이 판사는 사회가 더러 의문을 갖는 문제를 공론의 장에 끌어냈고, 법관의 본분인 개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남달리 정성을 기울인 것으로 볼 만했다.
■ 이 판사는 잇단 튀는 판결로 진보 이미지를 굳혔다. 트위터에 '가카새끼 짬뽕'패러디 사진을 올리는 유치한 짓을 했을 때도 진보 쪽은 환호를 보냈다. 그런 이가 허구를 짜맞춘 영화 '부러진 화살'논란에 얽혀 보수 진보 양쪽의 거친 비난을 받은 것은 아이러니다. 그는 급기야 김명호 교수의 재임용 탈락 무효소송 항소심 주심판사로서 교수를 위해 정성을 다한 재판부 합의과정을 공개, 법을 어긴 행위로 징계를 받게 됐다.
■ 이 판사는 석궁 사건 직후 재임용 소송의 주된 쟁점은 대학이 재임용 거부사유로 내세운 김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이었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입시출제 오류에만 매달려 자질 시비는 반론조차 않아 패소 판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정성에 치우친 언론과 사회는 새겨듣지 않았다. 이번에도 사법부의 신뢰를 함부로 짓밟는 악의적 선동에 사회가 온통 휘둘리자, 이 판사가 불이익을 무릅쓰고 나선 것이다.
■ 나는 진보성향 판사들이 사법부 음해에 앞장서 맞서야 옳다고 지적했다. 사법부를 걱정하는 충정을 뽐낸 만큼, 사법부를 지키고 바로 세우는 데도 용감해야 도리다. 사법부의 지난 잘못과 적폐를 빌미로 부당하게 신뢰를 허무는 이기적 악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신문이 황당한 석궁 사건 변호사를 인터뷰하고, 재임용 소송의 핵심 쟁점인'교육자 자질'언급을 이 판사의'미숙한 인간적 평가'라고 비판한 것이 상징적이다. 글쓴 이가 법률가가 맞나 싶다. 이정렬 판사의 정성을 믿고 싶은 이유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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