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 경제, 정치, 지리학적인 요소들을 깊이 반영하고 있어 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미래를 제대로 제시하기 위해선 우리가 지닌 깊이 있고 훌륭한 전통과 역사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잘못 되었고, 소외돼 아픔과 상처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알아보고, 그 아픔과 상처를 '가정'에서부터 하나씩 치료해 나가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하나 되는 한마음 공동체를 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학부모 포럼, 학교공동 전산망, 자녀와 함께 하는 아버지 학교를 통해 자녀끼리, 부모와 자녀끼리, 학부모와 교사끼리 서로의 이야기를 먼저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 그 공유와 나눔 안에서 나와 다른 학부모나 자녀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는 법이다.
핀란드 땀페레대 교사교육학과 에로로뽀 교수는 폭력과 따돌림, 이념으로 얼룩진 한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먼저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자문위원인 그는 평생교육 커리큘럼 개발 분야의 권위자다. 그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최근 한국의 교육은 총제적 난국입니다. 핀란드 교육에 비춰 볼 때 어떠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학생에 대한 인권은 당연히 존중되고 실행돼야 하지만 이념에 의한 접근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서 접근하고 치료해야 합니다. 우선 흥미와 호기심에서 비롯되지 않는 이론적인 지식과 사실 위주의 교육과 시험이 과연 경쟁력 있고 학생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지 반문해 봐야 합니다. 스승과 제자로서의 관계 맺기가 어려워 졌다는 것도 주목해야 해요. 교사가 단지 시험과 성적위주로 지식을 끌어 올리는 데만 관심 있고 교육을 승진하기위한 하나의 경력으로만 본다면 학생들은 학교가 따분해 질 것이며 개인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있을 때 이야기를 나누거나 들어줄 상대가 없으면 외톨이가 될 것입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왜 이것을 배워야 할까 자문해 보고 하나의 지식이나 이론을 학교 울타리 밖의 사회 공동체라는 학습 환경에 실제로 적용해 봐야 합니다. 학교 안의 생활과 학교 밖의 생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커리큘럼을 고안하고 가정, 학교, 사회 공동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학습의 장들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로서 나는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의 지구촌에서 학생을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기르는 것이 우선인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교과목의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우선인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교사는 교과목 안에서 교훈이 될 내용을 발견하기 위해 항상 눈과 마음과 귀를 열어 놓아야 합니다. 외국어 수업을 통해 문화적인 역량을 키워주고, 역사수업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길러주며, 계산적인 수학 지식보다 이야기와 과학을 접목해 문제해결 능력을 심어주면서 마지막 단계에 바로 교과목의 핵심 내용을 전달해 줘야 합니다. 이는 바로 한 국가가 어떤 철학을 갖고 교육정책을 실행하는지 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학생과 교사의 관계개선을 위해선 학생교육보다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인성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역할과 참여가 더 강조돼야 한다. 핀란드의 학부모 협회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 내며 학부모와 학생, 교사, 지역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일치가 되어 다양한 활동과 체험중심의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 이상으로 서로 만나 의지하며 가족, 학교,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나누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입안자와 실천가들, 연구자들이 이념을 떠나 모든 학부모와 함께 모여 논의하며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고, 모두가 구성원의 일부라는 소속감을 갖고 지역 공동체의 한 시민으로서 무엇을 기여하고 배려할 수 있는지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한다. 핀란드 교육이 새삼 부럽다.
이동섭 핀란드 땀페레대 교육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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