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 실력을 갈고 닦아서 축제나 장기자랑 때 뽐내려고요."
올해 고교 2학년에 올라가는 조민우(18)군은 지난해 12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친구 2명과 서초구 한 보컬학원을 찾았다. 노래에 관심이 많아 발성이나 고음처리법을 배우고 싶었지만 학기 중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군은 학교 축제에서 슈퍼스타K 시즌2 우승자였던 허각처럼 발라드를 멋지게 부르는 게 꿈이다.
지난해 11월 보컬학원에 등록한 중학생 이지현(15)양은 방학 이후 연습시간을 2배 늘렸다. 가수가 꿈이기 때문이다. 학기 중에는 학업과 오디션 연습을 병행하느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못하는 느낌이 있었던 이양은 방학 때 작심하고 연습에 매달려 최근 유명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했다.
보컬학원이 문전성시다. 특히 겨울방학을 맞아 노래를 배우려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었다. 물론 여기에는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인기가 큰 몫을 했다. 연예계 진출의 꿈뿐만 아니라 음치탈출이나 취미활동에 대한 자극과 동기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한 보컬학원에 등록된 10대 수강생은 무려 130여명. 보컬학원 관계자는 "평소에는 학교 수업 때문에 여유가 없던 학생들이 늘어서인지 겨울이 되면서 수강생이 30% 증가했다"고 말했다.
보컬학원 수강료는 30만~70만원선.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학원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러다 보니 전국에 보컬학원은 1,1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는 최예나(19)양은 "수강료가 비싸도 꿈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며 "하루 5시간 넘게 연습하다 보면 녹초가 되지만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즐겁다"고 말했다.
연예계 진출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던 과거 부모들과 달리 요즘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이은지(13)양은 "아버지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조언할 정도"라고 말했다. 예일뮤직아카데미 김안선 실장은 "자녀가 음치라며 학원을 방문하는 부모들이 꽤 있어서 음치탈출반을 개설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극 받아 대중이 능력을 키우고자 학원에 등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빌미로 비싼 수강료를 내걸어 상업화하려는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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