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면 유독 소화불량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봐도 2005~2009년 소화불량 진료는 매년 12월과 1월에 집중돼 있다. 지난 5년간 월별 소화불량 진료 인원을 분석해보면 12월 평균 5만9,750명, 1월 평균 5만9,205명으로 4월(4만9,861명), 5월(4만9,456명)과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겨울철 소화불량이 잦은 이유는 늘어난 실내생활 시간 때문에 몸의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하루 종일 과도한 추위에 노출되면 일시적으로 위장기능이 저하돼 소화불량, 식욕감퇴, 위장장애, 변비, 설사 등이 생길 수 있다. 위의 활동이 줄어들며 소화효소 분비도 감소하게 된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줘 이 같은 증상을 불러오는 것이다. 추위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찬 공기에 배가 장시간 노출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따뜻하게 입어야 소화도 잘 된다.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적응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후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 몸을 충분히 녹인 후 천천히 음식을 먹고, 되도록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고르는 것이 좋다.
갑자기 실내외 온도 차이가 커지면 소화기능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뇌 중심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조절중추가 있다. 이 곳은 외부의 기온이 높건 낮건 그에 맞춰 혈관을 확장 또는 수축시켜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실내외 급격한 온도 차는 이런 조절기능에 부조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설사가 나온다면 급작스러운 온도 차를 최대한 피해볼 것을 권한다.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올 때 춥다고 전열기구 가까이에서 몸을 갑자기 녹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체온을 올려야 한다.
겨울철 활동량이 줄면서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식사 뒤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건 금물이다. 팔다리 근육에 전달되는 혈액 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위장으로의 혈액순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소화에 도움이 되려면 식사하고 나서 20~30분 정도 쉰 뒤 산책 같은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저녁식사 뒤에는 활동량이 부족해지기가 더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저녁 활동량에 좀더 신경 써야 한다.
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장 ·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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