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축구경기장에서 1일(현지시간) 관중 난투극으로 최소 74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부상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둘러싸고 지난해 1월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대통령 지지세력의 계획된 행동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경찰이 진압과정에서 무능을 노출하면서 이집트가 혼란에 빠졌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지중해 연안 수에즈운하 관문도시 포트사이드에서 실력이 열세인 홈팀 알마스리가, 카이로에 연고를 둔 이집트 최강팀 알아흘리에 3대 1로 승리한 직후 발생했다. 이집트 국영TV는 "홈팀 관중 1만3,000여명이 경기 내내 상대팀 응원단 1,200여명의 모욕적인 응원을 참다가 종료 직후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는 흉기를 휘두르거나 돌을 던지는 일부 관중을 피해 다수의 관중이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려 골절상과 뇌진탕을 입고 질식하면서 더 커졌다. 일부 관중은 경기장 구석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알아흘리 소속 축구선수 모하메드 아부 트리카는 "사람이 죽어가는데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축구경기가 아니라 전쟁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집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참사가 전통 라이벌의 경기 직후 발생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특정세력의 계획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BBC방송은 이날 의회 다수당인 무슬림형제단의 국회의원 에삼 알에리안 등이 이번 사고를 지난 정권 추종자들의 계획된 범행이라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알아흘리 선수였던 하니 세딕도 BBC 인터뷰에서 "관중 일부가 흉기를 지닌 채 경기장에 들어왔다"며 계획된 범행이라는 주장에 동조했다. 이집트 국민은 경찰이 사고 현장에서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TV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군경의 사고대응 능력에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카말 간주리 총리는 2일 오전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했고, 의회도 임시의회를 소집했다. 검찰은 이 사고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사망자가 최대 150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AP통신은 이번 사고가 1996년 과테말라에서 78명이 숨진 이후 일어난 가장 큰 축구경기 사고라고 보도했다. 이집트 축구협회는 사고 직후 모든 리그 경기를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축구계 암흑의 날"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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