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가는 거랑 다를 바 없다."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자민당 간사장이 아버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 도지사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시하라 지사를 비롯한 일본의 우익 세력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자민당 의원을 빼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그는 1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의원 빼가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자민당 의원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시하라 간사장이 아버지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뿔이 난 이유는 자신의 정치 입지에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시하라 간사장은 현재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를 이을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니가키 총재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대시키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추진중인 소비세 증세가 성공하지 못하면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 정권을 누르고 자민당이 재집권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자신이 차기 총재가 되면 자연스럽게 차기 총리를 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등장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에 위기가 닥친 꼴이 됐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시하라 간사장에 있어 아버지는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자민당에서 중의원 8선을 지낸 이시하라 지사가 1995년 "일본이 거세된 환관의 나라가 됐다"는 독설과 함께 정계를 떠난 뒤 1999년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에 출마하자 그는 아버지의 선거를 도와 당선에 큰 도움을 줬다. 일부에서는 해당행위라고 비난했지만 '당보다 혈연'이라는 대의명분은 오히려 이시하라 간사장의 입지를 다져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50년 동안 정권을 유지하다 2009년 민주당에게 집권당 자리를 내준 자민당은 이번에는 정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사하라 지사가 자민당 의원을 데려가 신당을 결성하면 차기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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