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넘는 3,200만명이 사용하는 것, 하루에 주고 받는 메시지가 무려 10억통이 넘는 것. 어쩌면 전화나 문자메시지, 이메일보다도 더 친숙해진 '국민 메시지', 바로 카카오톡(카톡)이다.
이쯤 되면 카톡을 만든 사람은 페이스북의 주커버그 만큼이나 대박이 났고, 이 회사 직원들은 삼성전자나 구글 직원들보다도 더 많은 보너스를 받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금 적자다. 창업 5년 만에 최고히트상품을 낸 것은 맞지만, 아직도 이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카톡 이용자들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무료서비스'인데다, 다른 포털이나 SNS에 비해 광고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카톡 운영사인 ㈜카카오측도 역시 이 점이 고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무작정 수익만을 쫓을 생각은 없다"면서 "무엇보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인 이모티콘는 바로 그런 '카톡 정신'의 대표적 사례다. ㈜카카오는 카톡을 통해 유료 '웹툰 이모티콘'을 선보였는데, 그 수익배분 구조가 가히 파격적이다. 이 대표는 "웹툰 이모티콘은 유명 웹툰 작가들이 제작했으며 수익을 회사와 웹툰작가들이 5대5로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웹툰 작가 중에는 포털 연재로 인기인 반열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웹툰 연재로 포털에서 받는 돈은 정말로 '쥐꼬리'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5 대 5 수익배분은 이 바닥에선 그야말로 파격적인 수준이란 평가다. 적자기업인 ㈜카카오로선 이모티콘 수입을 어떻게든 늘리고 싶었겠지만, 이 대표는 "회사가 좀 덜 갖더라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바일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 카톡에선 강풀(강도영), 이말년(이병건), 낢(서나래), 노란구미(정구미)등 유명 웹툰 작가들의 이모티콘과 뿌까, 배드마츠마루 캐릭터, 판다독 이모티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 대표는 원래 네이버 운영사인 NHN 출신. ㈜카카오에 합류한 것 자체가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김범수 이사회의장(창업자)의 설득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드웨어와 양질의 네트워크,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자까지 윈-윈 할 수 있도록 새 판을 짜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 IT환경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주요 포털이 서비스를 내놓으면 블랙홀처럼 주변이 황무지가 되는 현 상황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웹툰 작가들과의 제휴해 서비스를 내놓은 것도 콘텐츠 개발자들을 격려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톡은 현재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올해는 일본, 중동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 이 대표는 "마케팅이 전무한데다 교포도 거의 없는 중동에서 단지 앱만으로 카톡 사용자가 90만에 육박한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카톡의 글로벌 시장 성공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진출한 일본에서는 올해 무료음성통화를 탑재한 카톡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당장의 매출도 중요하고 경쟁자의 등장도 긴장해야겠지만 결국은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실천하는 쪽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사진=조영호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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