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불사한 반정부 시위대의 끈질긴 퇴진 요구와 국제사회의 갖은 압력에도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꿈쩍도 않고 버티는 것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아사드는 시위대의 하야ㆍ개혁 요구에 일부 정치범을 석방하고 다당제 개혁을 약속하는 등 유화책을 내놓으면서도 퇴진 요구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아사드의 가장 든든한 배경은 다름 아닌 러시아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하면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정부군에 비해 무장이 턱없이 부족한 반정부 시위대의 힘만으로 아사드 정권의 퇴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구소련 시절부터 친시리아 정책을 유지해 온 러시아는 해외 무기 판매량의 10%를 시리아에 수출할 만큼 아사드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0일에는 지중해에서 풍랑을 만나 키프로스로 긴급 피신한 러시아 화물선에서 시리아군에 공급되는 무기와 탄약이 발견되기도 했다. 시리아 타르투스항은 러시아군이 구소련 붕괴 이후에도 유일하게 해외에서 해군기지를 유지하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국내적으로도 아사드 대통령은 출신 부족인 알라위트족의 지지를 여전히 확보하고 있다. 알라위트족은 시리아 전체 국민의 12%에 불과한 소수부족이지만, 1970년 아사드의 아버지(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가 권좌를 장악한 이후 정ㆍ재계 및 군부의 핵심 요직을 독점해 왔다. 지난해 3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그에 맞서는 친정부 시위 역시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반아사드 세력이 시리아 국민 사이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보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유혈사태가 장기화해 반정부 시위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경우 국제사회 개입 없이도 아사드 정권이 종말을 향해 치달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미 워싱턴 근동연구소의 앤드루 태블러는 "아사드는 알라딘의 램프 속으로 거인(무력진압)을 다시 넣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는 독재자의 딜레마에 처해 있으며 그 딜레마를 탈출할 방법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강공을 구사하자니 반발이 더 커지고 국민이 납득할 개혁을 하자니 권력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아사드의 부인 아스마가 29일 국외 탈출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 역시 아사드 정권의 이런 초조함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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