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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재벌개혁' 여·야·정부·재계 4인4색 구호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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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앞두고 '재벌개혁' 여·야·정부·재계 4인4색 구호만 요란

입력
2012.02.0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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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재벌개혁이다. 선거체제로 돌입한 정치권이 '친서민-친중소기업'의 대척점으로 재벌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여가면서, 재벌개혁은 정부 정치권 경제계를 망라해 이미 시대적 화두로 부상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민주통합당은 민주통합당대로, 정부와 재계는 또 그들대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핵심쟁점에 대해 논의나 실천가능한 처방 없이 4인4색의 주장만 쏟아져나오면서, 결국 공론만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조차 "재벌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표를 얻겠다는 전략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면서 "이런 식이라면 진짜 해야 할 개혁조차 무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

정치권과 정부, 재계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맞선 분야다. 가장 강경한 쪽은 출총제 부활을 주장하는 민주당. 민주당은 MB정부 출범 이후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심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제도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다만 ▦대상은 10대 재벌로 국한하고 ▦출자한도도 총자산의 40% 이내로 해 과거 이 제도가 살아있을 때보다는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이 제도를 폐지한 당사자라 부활까지는 얘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출총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해 어떤 형태로든 대기업 확장에 대한 규제장치는 살릴 것으로 보인다.

MB정부 하에서 '당정'개념은 이미 없어진 상황. 여당과 정부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적지 않는데, 재벌정책 그 중에서도 출총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출총제 부활에 대해 정부는 절대 반대다. 기업규모와 투자내용을 따지지 않고 획일적으로 총량을 규제하는 출총제는 더 이상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노무현정부까지 이 제도를 '금과옥조'처럼 고수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부활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계는 원천 반대다. 도대체 용도 폐기된 해묵은 제도를 왜 꺼내냐는 것. 전경련 관계자는 "만약 10대 재벌을 출총제로 묶는다면 어떤 대기업도 10위 안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못하게 하는 낡고 이상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재벌세

민주당은 '재벌세'란 표현이 주는 거부감과 새로운 세목신설에 대한 오해 때문에 더 이상 이 표현을 쓰지는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계열사 출자로 받는 배당금에 세금을 물리고, 확장을 위해 금융기관 대출받은 부분에 대해선 세금감면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 자체는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문어발 확장억제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런 식의 과세는 부적절하다는 시각. 민주당보다 더 반재벌적인 통합진보당마저도 오히려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정희 대표는 "설령 재벌세를 시행한다 해도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기업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말해, 사실상 '말 뿐인 실속 없는 제도'란 점을 지적했다.

정부에선 민주당의 재벌세 얘기가 나오자마자 "포퓰리즘"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재계는 "이건 세금이 아니라 차라리 재벌이란 이유로 물리는 벌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ㆍ이익공유제

민주당은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계열사간 거래 내역을 상세 공시하는 방안, 일감 몰아주기로 피해 입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피해입증이 어려운 만큼, 이 역시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현행 공정거래제도(부당내부거래감시) 및 과세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재벌 스스로의 자세전환이 무엇보다 먼저"라고 말했다.

이익공유제는 정부 안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름과 형태를 바꿔서라도 강행한다는 입장. 그러나 지식경제부 등은 "제도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는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동반성장위를 전면 보이코트했던 대기업들은 2일 일단 회의에는 복귀하기로 했지만 반대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중소기업들조차 "차라리 현실성 있는 다른 제도를 만드는 게 낫다"고 냉소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주장만 쏟아내는 재벌 개혁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개혁성향의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한나라당 방안은 의지가 없어 보이고 민주당 방안은 국민들이 동의할 지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표를 위해 급조되다 보니, 알맹이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재벌개혁이 제대로 되려면 기업집단법 도입, 지주회사법과 금산분리법 강화 등 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 방안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계 내에서도 냉소적 반응이다. 한 대그룹 관계자는 "재벌개혁이 아니라 그냥 대기업 때리기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소나기는 결국 멈추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기획조정실장은 "성장과 고용 등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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