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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소기업인 향한 '씁쓸한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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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소기업인 향한 '씁쓸한 러브콜'

입력
2012.02.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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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00㎙ 거리인데, 50년이나 걸렸습니다"

조동성 한나라당 인재영입분과위원장은 1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와 중기중앙회 본사가 이렇게 가까운 데도 이제서야 찾게 됐다는 것. 실제로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인재를 영입하겠다며 직접 찾아온 건 창립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게 중기중앙회 측의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9988'이라는 신조어를 거론하며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근로자의 88%는 중소기업인"이라며 "중소기업인을 영입하러 온 게 아니라 모시러 왔다"고 잔뜩 몸을 낮췄다.

선거가 다가오자 중소기업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 여야 가릴 것 없이 재벌에 대해선 으르렁거리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해선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이달 초 개최한 신년하례식에 정당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대거 몰린 것이 좋은 예. 내놓은 정강과 공약들도 친중소기업 일색이다. 조 위원장은 이날 면담에서 중소기업인 30~50명 정도를 추천해달라는 '화끈한' 제안을 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선거철이니까, 표 때문에 그런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중앙회 회장단 가운데 한 명은 면담에서 조 위원장이 과거 2006년 대중소기업상생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것을 거론하며 "당시에 잘했으면 이렇게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과거에도 1~2명씩 중소기업 측 인사가 국회에 입성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수적으로도 열세였고, 선거만 지나면 '찬밥'신세를 면치 못한 게 사실이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에는 직능별 비례대표 등으로 각 정당에게 3~5명씩 공천을 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 중소기업인은 친서민-친중소기업 정서가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이번에도 별로 기대할 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마도 후보들마다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와 사진을 찍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예요. 이젠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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