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미션 임파서블 4: 고스트 프로토콜> 의 한 장면. 한 살인청부업자는 핵무기 발사 비밀번호를 넘기는 대가로 현찰 대신 막대한 양의 다이아몬드를 건네 받는다. 미션>
올 여름 개봉예정인 국내 영화 <도둑들> . 한국인 도둑 5명이 중국의 4인조 도둑들과 함께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훔친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도둑들>
아마도 다이아몬드만큼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소재도 없을 터. 액션영화에선 강탈의 대상이고, 로맨스 영화에선 사랑의 징표이며, 서양 고전영화에선 부와 화려함의 상징이다. 그만큼 다이아몬드는 동서고금을 망라해 최고의 보석. 특히 여성들에게는 로망 그 자체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빅 뉴스가 있었다. 광산개발업체인 CNK가 있지도 않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내고 여기에 정권실력자의 개입의혹과 외교관들의 주식투자사실이 드러난 것. 대체 다이아몬드가 뭐길래 사람들은 울고 웃는 걸까. 과연 우리는 이 보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 까.
다이아몬드는'정복되지 않는, 두려움 없는'이란 뜻의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처음 인도에서 발견됐는데 드라비다족(族)이 BC 7∼8세기경부터 사용했고 로마 시대에 유럽으로 전래됐다.
다이아몬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 다른 물질을 부수되 스스로는 상처를 입지 않는 '이기적 특징'을 갖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왜 최고의 보석일까. 일단 희귀하다. 다이아몬드 1캐럿(CT)은 0.2g에 해당하는데 이 분량을 얻으려면 평균 ▦40톤의 광석을 깨뜨려야 하고 ▦1,500톤의 흙을 파헤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캐럿을 캐내어도 20% 정도만 보석용으로 쓰이고, 나머지 80%는 공업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보석용 다이아몬드는 희소가치가 높아 엄청난 금액이 매겨지는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에는 유통구조도 한 몫을 한다.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은 원석을 80% 가량 공급하는 광산개발사 드 비어스(De Beers)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통제가 가능하다. 사실상 경쟁 없는 독점산업인 셈이다.
부자들의 전유물인 다이아몬드가 세상에서 가장 가난 한 땅 아프리카에서 대부분 생산된다는 건 아이러니다. 보츠와나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공급량의 60%가 생산되며 호주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에서도 일부 채굴된다. 흙과 돌을 깨고 얻어진 다이아몬드 원석들은 인도(봄베이) 벨기에(앤트워프) 이스라엘(텔아비브) 미국(뉴욕) 등에 있는 커팅센터에서 연마되며 마킹(연마할 모양의 위치를 그리는 작업)→절단→형태ㆍ윤곽작업→면삭ㆍ광택(다이아몬드 58면을 만들고 각 면에 광을 내는 과정) 등을 거쳐 보석으로 탄생하게 된다.
다이아몬드 가치를 평가하는 요소로 4C가 있다. 색상(Color) 투명도(Clarity) 중량(Carat) 커트(Cut). 색상은 무색에 가까울수록 귀하게 평가 받는데 등급은 최고 D컬러부터 Z까지 알파벳 순으로 분류된다.
빛의 투과율을 높여 다이아몬드를 더 찬란하게 빛나게 하는 투명도는 최고인 FL(아주 투명한 다이아몬드)부터 최저인 I3(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내포물이 있는 다이아몬드)까지 총 11개 등급으로 나뉜다. 중량은 당연히 많이 나갈수록 가치가 높다.
최근엔 커트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진다. 다이아몬드는 총 58면으로 연마되는데, 이들 면 사이의 크기와 각도계, 모양과 위치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라운드(원형)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다이아몬드를 '팬시 커트(Fancy Cut)'로 부르는데, 어떻게 커트하느냐에 따라 모양과 명칭도 각각 달라진다. 흔히 물방울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페어(Pear)형을 비롯해, 보트 모양의 마퀴즈(Marquise)형, 그리고 길고 둥그런 원형모양을 띄는 오벌(Oval)형과 직사각형, 정사각형 모양의 에메럴드(Emerald)형 등이 있다.
4C 중에서 나머지는 자연이 결정하지만 커트만 유일하게 사람이 결정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등급은 Excellent, Very Good, Good, Fair, Poor가 있다. 이런 4C를 놓고 1931년 설립된 미국의 감정기관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가 전 세계 11개국에 둔 14개의 감정소를 통해 정식 감정을 한다.
다이아몬드의 화려함 뒤엔 '불편한 진실'도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07년 주연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1999년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부군이나 반군 사이의 내전 배경엔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는 현실적 이권이 작용한다. < p>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캐내는 건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을 내걸고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진흙 속에서 노동을 한다. 반군들은 그렇게 캐낸 다이아몬드를 유럽에 팔아 그 돈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양민들을 학살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피의 다이마몬드.'실제로 2002년 내전이 마무리되기까지 7만5,000명이 죽고 200만명의 난민이 생겼다. 영화는 전 세계에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상당량이 분쟁지역과 노동착취 등 극심한 인권침해, 민간인의 피의 대가로 채굴되고 유통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국제 구호활동가 한비야씨 역시 책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ㆍ2005년> 에서 "나는 앞으로 사랑의 징표나 결혼 예물이 되어 누군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 다이아몬드를 볼 때마다 (다이아몬드 채굴 현장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아이의 잘린 팔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서술했다. 지도>
피의 다이아몬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다이아몬드 유통을 금지하기 위해 지난 2003년 국제협의체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y Process)'가 설립됐지만, 인권유린과 밀수출을 더 이상 막지 못할 뿐 아니라, 다이아몬드를 팔아 분쟁지역에 무기를 공급한 코트디부아르와 노골적으로 노동규약을 위반한 베네수엘라 사례에 모두 침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추악한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혹시 우리가 결혼식에서 배우자에게 선물한 사랑의 징표도 혹시 그런 것을 아닐까.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이지윤 인턴기자(성신여대 커뮤니케이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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