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19대 총선 공천이 31일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구성과 함께 닻을 올림에 따라 당내 긴장의 수위도 더불어 올라가고 있다. 이미 큰 폭의 물갈이가 예고된 가운데 실제 그런 수순을 밟는 징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인사 중심으로 공천위를 구성한 것을 당 안팎에선 "대폭적인 물갈이의 간접적 선언"으로 받아들인다. 정해진 잣대에 따라 냉정하게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1일"시스템 공천은 현역 의원들에게는 피바람 공천과 동의어"라고 말했다.
공천위 소속 권영세 사무총장도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50% 이상 물갈이'방침을 재확인해 현역의원들을 긴장시켰다. 그는 현역 교체 비율에 대해 "하위 25% 강제 탈락에다 전략지역과 용퇴한 분들까지 고려하면 어느 지역이든 절반 가까이 탈락될 가능성이 있다"며 "예년의 교체율이 40% 수준인데 예년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울 강남을 포함해 한나라당 강세지역도 최소한 50%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물갈이가 한나라당의 고질병인 계파 갈등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당 안팎에선 "2008년 총선 공천 당시 계파 갈등이 위치를 바꿔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아무리 공정하게 공천을 한다 해도 친이계 입장에선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4년 전 공천에서도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들의 낙천 비율은 비슷했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대거 낙천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천 학살'이란 반발이 터져 나왔고 계파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게다가 이번 공천위에 친이계는 완전 배제됐다. "공천위에 친박계 색채가 너무 짙다"는 반발도 친이계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한 당직자는"계파 갈등을 피해 물갈이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을 의식한 듯 공천위는 계보 화합을 위한 행보를 먼저 취했다. 친박계로 공천위에 인선된 현기환 의원은 인선 직후 친이계 핵심 이재오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부터 했다. 현 의원은 1일"어제 (2008년 총선 공천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이 의원에게 전화를 드렸다"며"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만큼 이 의원의 많은 지도편달을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현 의원은 "공정 공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박 위원장의 역량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공천을 해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현 의원은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과도 전화 통화를 갖고 공정 공천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공천 심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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