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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비스업이 실업문제 돌파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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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비스업이 실업문제 돌파구 아니다

입력
2012.02.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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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국내·외 석학, 민간 및 국책 연구기관, 정책당국자까지도 대기업 제조 수출중심에서 서비스 내수중심으로 전환해 실업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서비스 학회, 협회, 연구회가 마치 활황인 듯 보이며, 서비스 사이언스, 서비스 빅뱅을 외치는 소리도 들린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가장 심하게 고통을 겪고 있는 국가들 특히 남유럽국가들의 면모를 보면 제조업은 별로고 서비스로만 부각된 나라들인데도 말이다.

1980년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20%, 서비스를 포함한 여타 산업비중은 80%였는데, 그해 미국은 세계 GDP의 반인 49%를 생산했다. 그러나 2차 오일쇼크(79년) 후 글로벌 초경쟁상황이 벌어지자 제조업 메이커들은 80년대 초반 규제완화와 주주가치 극대화를 강조하는 레이건 정부의 신자유주의 분위기에서 기술혁신, 노사관리, 공급사슬관리 등의 큰 리스크 부담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 유통, 금융업으로 전업하거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제조업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물론 당시 미국 제조메이커들은 일본, 독일, 중국의 맹추격에 직면해 있었고 또한 혁신기술의 상용화에서도 다소 밀리고 있었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에 전념하기만 하면 쉽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쉽게 제조업을 놔 버리는 바람에 2006년에 제조업 비중이 80년의 반 수준인 11%로 떨어졌고 그해 미국의 세계 GDP 위상도 23%로 1980년의 반 토막 정도가 되었다.

지난 30여년 사이에 미국제조업 비중이 반토막 나면서 미국경제의 세계위상도 반 토막 났다는 사실은 제조업이 국부창출의 핵심 산업임을 극명하게 웅변해 준다. 아울러 서비스업 비중이 클수록 선진국으로 이해돼 온 그간의 주장이 얼마나 오류였는가도 깨닫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이 고용창출의 돌파구인양 서비스업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소하자는 주장도 대단한 오류임을 미국경험은 전해준다. 즉, 84년 미국의 산업(제조업 + 건설업)과 서비스업의 고용자 수는 1대 1로 거의 같았는데 15년 후 99년에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산업 종사자의 2배가 되었고, 특히 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신규채용 고용자의 98%가 서비스업이었다. 단순히 통계숫자로만 보면 서비스업이야말로 고용창출의 돌파구라는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이는 제조업 붕괴가 시작된 80년대 초반부터 제조업 고용이 거의 없는데서 비롯된 통계일 뿐, 서비스업이 참으로 고용창출의 원천임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

언제부턴가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대신에 서비스중심의 내수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하며 또 그게 청년실업문제 해결책이라 강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도대체 무슨 서비스를 수출하자는 건지. 수출이 가능한 서비스는 기껏해야 관광, 의료부문, 컨설팅분야 정도인데 이들의 비중은 70%를 웃돈다. 이들이 서비스부문의 주종이라는 얘긴데 관광은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관광객 의존형이고, 의료부문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우리는 그간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전략으로 여기까지 왔으며 이후에도 달러화의 기축통화 기능약화로 전 세계경제가 동반 함몰되지 않는 한 수출주도형은 여전히 우리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결국 제조업 중심의 기술혁신력 강화로 지속번영을 지향케 하는 산업정책을 추구하면서 실업해결의 큰 실마리도 거기서 찾아야 한다.

김인호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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