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때.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며 일본에서 가장 존경 받는 경영자로 꼽히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최근 더 이상 자리에 집착하지 않겠다며 퇴진 의사를 밝힌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초대였다. 하나금융의 외부 인사 강연회인 '드림 소사이어티'의 101번째 초청 연사다.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이나모리 회장의 강연 주제는 '12가지 경영 원칙'. 그는 27세에 세라믹부품 회사인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우고, 1984년엔 NTT의 독점에 맞서 전기통신업체 KDDI를 설립하고, 또 재작년엔 팔순을 앞둔 나이(당시 78세)에 파산 직전의 일본항공(JAL) 경영을 맡아 재건에 성공하기까지 일관되게 지켜온 경영원칙을 풀어놓았다.
이나모리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경영 원칙은 왜 사업을 하는지 사업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 그는 "상장해서 자본이득을 창출하고 싶다는 분도 있을 것이고, 내가 가진 기술이 세상에 얼마나 통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목적은 많은 종업원들에게 절대로 동기 부여가 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사업의 목적과 의의가 대의명분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나모리 회장이 내세운 또 다른 경영원칙은 배려하는 마음. 그는 "배려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희생을 치르더라고 상대방을 위하는 아름다운 마음"이라며 "약육강식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마음 역시 경영자들이 잃지 말아야 할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수주가 감소하더라도 창의적 노력을 거듭하면 만회할 수 있다는 믿음, 지금은 자금 운영에 시달리고 있지만 노력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믿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구체적인 목표 설정 ▦열렬한 소망 ▦강한 의지와 불타는 투혼 ▦부단한 용기 ▦창조적인 업무 등을 경영원칙으로 제시하며 "경영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자의 사고방식과 철학"임을 강조했다.
강연 뒤 이어진 대담에서 이나모리 회장은 기업의 사업다각화에 대한 의견에 대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질문에 "사업다각화를 할 때는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대의명분의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또 종업원들의 행복 추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너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 각자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업원들이 기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이영태기자 yltee@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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