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요? 사실 별 관심 없습니다."
1일 낮 전남 여수시청 앞의 한 식당. 점심을 먹던 김모(54)씨는 여수세계박람회 이야기가 나오자 숟가락을 놓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엑스포가 열리는 모양인데, 솔직히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겠다"며 "도로 같은 도시 인프라 깔려고 하는 것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 개막이 2일로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정작 여수에선 엑스포 분위기를 찾기 어렵다. 거리 곳곳에 나부끼던 엑스포 깃발은 간데 없고, 시민들의 표정에서도 엑스포 개최에 대한 설렘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위용을 자랑하는 박람회장 내 주제관 등 주요 전시관들과 마무리 공사(공정률 93%)를 위해 분주히 오가는 작업 차량들만이 이곳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도심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과 달리 조직위는 '돈 버는''친환경' 박람회를 꿈꾸고 있다. 조직위 한 관계자는 "여수는 유치운동을 할 때부터 바다를 주제로 한 친환경 박람회를 주창했고, 이것이 유치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악취 풍기는 여수신항 준설토 투기장을 태양광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파크로 바꾸고,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수소연료전지를 세계 최초로 여수엑스포 한국관에 도입했다는 게 조직위의 설명이다. 조직위는 전기차를 박람회 행사차량으로 사용하고 일반차량의 박람회장 진입도 금지했다. 여기에 참가국들(106개국)이 전시 콘텐츠를 설치하는 국제관과 주제관, 해양산업기술관 등 주요 시설물에 여수 앞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열 히트펌프 냉난방 시설을 갖추는 등 재활용 시스템으로 운용된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조직위는 친환경을 기반으로 한 바다의 지속 가능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줄 여수엑스포의 경제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여수엑스포를 통해 12조2,32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직위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이 현실에서는 그리 녹록지 않다. 수익사업 진행이 부진해 벌써부터 '적자 엑스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가 2009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입장권 판매와 기업체 후원 등 수익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총 수입은 목표액(6,423억원)의 12.4%에 불과한 789억1,200만원에 그쳤다. 박람회 수익의 56%를 차지하는 시설부지 매각(목표액 3,566억원)이 박람회가 끝난 뒤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통치 않는 실적이다. 조직위는 수익사업 부진이 우려되자 당초 수익 목표액을 7,380억원에서 1,000억원 가까이 줄였다.
입장권(성인 3만3,000원) 판매 실적은 아직 민망한 수준이다. 조직위가 전체 예상 입장객(800만명)에 맞춰 잡아 놓은 입장권 판매수익은 1,832억원. 그러나 판매 개시 7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팔린 입장권은 28만장(65억원어치)에 불과하다. 조직위는 1일부터 정부 부처와 전국 자치단체 등 관공서를 돌며 대대적인 판촉설명회에 들어갔지만 국내외 경기 악화로 입장권 판매 전망은 밝지 않다.
박람회 수익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는 여수엑스포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신규 사업 발굴이 쉽지 않은 탓이 크다. 실제 여수엑스포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는 입장권 판매율이 한 자릿수(3.5%)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기념주화도 최근 금값 상승과 기념주화 시장 축소 등의 악재가 겹쳐 판매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위 관계자는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금까지 수익사업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옥외 광고나 기업체 후원, 박람회장 내 편의점 등 임대시설 유치 등을 통해 수익을 최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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