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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 체제 개혁·개방의 단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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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 체제 개혁·개방의 단초

입력
2012.02.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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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김정은 체제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하나는 김정은이 '상징적 존재'에 불가할 뿐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개방을 하면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것이란 주장이다. 권력투쟁에서 밀린 패자의 넋두리인지 아니면 가능성이 높은 주장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 사후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북한에 대해 단기적 안정, 장기적 불안정 가능성을 전망했다. 예상대로 김정일 사후 한 달 반이 지나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외견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왕조시대 왕위계승처럼 수령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은 누구도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기 어려운 '수령제' 통치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은 3대 세습을 '관습헌법'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이고, 권력층도 김정은을 '진심으로 받들어야 한다'는 김정일의 '10·8 유훈'에 따라 외견상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언론에선 김정은을 '경애하는 어버이'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어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가리키는 것으로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수령)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김정은은 북한이라는 '혁명적 대가정'의 어버이(가장)가 된 것이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으로서 인민들의 의식주를 보장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부자원이 고갈된 북한에서 정권의 효율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제개혁과 개방은 필수 코스다.

김정남이 북한체제와 관련해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무너지고, 개혁·개방을 할 때는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든 안하든 국가나 정권 중 어느 하나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정남의 비관적 전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스위스에서 자본주의를 경험한 김정은이 경제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의 단초를 여러 군데서 찾을 수 있다.

김정은이 후계수업을 본격화한 지난해 북한은 경제관료들을 자본주의 국가에 파견해 경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 왔다. 북한은 지난해 3월 자본주의를 배우겠다며 국장급 주요경제부서 간부 12명을 미국에 파견해 15박 16일 동안 '자본주의 속성과외'를 받게 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김일성종합대 교수들을 주축으로 한 북한 대학교수 6명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지식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해 국제경영과 국제경제, 재정, 무역분야 등 4개 코스를 공부했다.

최근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이 지식기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경제개혁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 당국자가 경제개혁을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정일이 김일성 사후인 1996년 2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말해 개혁·개방을 일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정은은 경제개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체제의 성공 여부는 역설적이게도 김정일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내심 '고난의 행군'으로 점철했던 김정일 시대가 마감했다는 데 안도하면서 김정은 시대에 기대를 걸고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정일 시대는 김일성과 공동통치기간이 길어 자기부정을 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과의 공동통치기간이 짧아 아버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개혁·개방을 본격화 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유학 경험과 미국과 중국사이의 데탕트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김정은 체제가 3대 세습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개혁을 본격화하려면 북·미 적대관계와 남북분단체제의 갈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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