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인연을 끊고 15년째 노숙생활을 하던 장모씨는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성북구 보문동 길가에서 정신을 잃었다. 장씨는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만에 뇌출혈로 사망했다. 시신을 인계 받은 중구는 가족을 수소문해 서울에 사는 누나를 찾았지만 장씨의 누나는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서울에서 연고자 없이 홀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270명이다. 시내 무연고 사망자는 2009년 184명, 2010년 223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8년 5월 26일부터 연고자에 치료ㆍ보호를 받던 기관의 장이 포함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숙인보호시설 등에 입소한 사람이 사망할 경우 가족이 없어도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
연고가 확인되지 않는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망 장소를 기준으로 각 자치구에서 사망자의 인적사항과 사망 발생 상황을 공고하고 가족을 찾는다. 구청은 장사법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 직계비속, 부모 외 직계존속, 형제ㆍ자매 순으로 연고자를 찾는데 가족이 나타나지 않거나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해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한다. 유골은 경기 파주시 용미리 '무연고 추비의 집'에 10년간 안치하고 이후 합동 매장한다. 시립승화원에 따르면 무연고 시신 한 구당 5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시내 자치구는 중구로, 65명이 화장됐다. 이어 영등포구 30명, 동대문구 27명 순이다. 반면 성동ㆍ도봉ㆍ노원ㆍ송파구의 무연고 사망자는 각각 2명에 불과했다. 중구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많은 서울역과 지하차도가 관내에 있어 무연고 사망자가 많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관계자는 "노숙인들이 모이는 영등포역이 있고, 한강에 투신한 사람을 영등포구에 있는 병원으로 옮기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대문구의 경우 청량리역과 동부시립병원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계절별로는 겨울철에 무연고 사망자가 집중됐다. 1월과 12월 사망자는 각각 44명으로 다른 달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에 대해 이동현 홈리스행동 집행위원장은 "동사자가 생기는 등 다른 계절에 비해 노숙인이 겨울을 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중구의 손석희 주무관은 "가족을 찾아도 시신을 포기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연고자를 찾으면 절반은 시신을 인수했는데, 지난해에는 70% 정도가 포기했다"며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정규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팀장은 "경제가 어려우면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입기 마련인데 금융위기 이후 쪽방촌에 거주하는 분들이나 노숙인이 늘어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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