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산에 사는 백모(48)씨는 얼마 전에 1월 30일부터 실직자도 일시적으로 긴급복지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보도를 보고 30일이 되기만 기다렸다. 그런데 당일 문의하자 느닷없이 긴급지원 계획이 3월로 미뤄졌다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 백씨는 "지난해 8월 실직한 후 체불임금도 못 받고 가족이 너무 어려워 (긴급지원 혜택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공지 하나 없이 미뤄졌다니 어이가 없고 허탈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30일부터 생계비ㆍ주거비ㆍ의료비를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긴급복지제도 혜택 대상을 실직, 휴ㆍ폐업, 출소자, 노숙인까지 확대하기로 해놓고, 시행일에 닥쳐서야 3월로 연기해 논란을 빚고 있다. 꼼꼼하지 못한 일처리로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창구가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 복지정책과에는 30일 긴급복지지원 확대를 문의하는 전화가 10여통이 걸려왔다. 노숙인 2명은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서울시 직원이 확인차 복지부에 전화를 했을 때에야 "3월 1일로 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출소자의 가족 단절 판단기준, 초기 노숙의 범위 등을 두고 애매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더 자세히 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에 추가되는 대상은 6개월 이상 근무 후 실직했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고용보험 자격 없는 65세 이상 근로자 포함), 간이과세자로서 1년 이상 영업을 지속하다 영업손실 등의 이유로 휴ㆍ폐업한 경우, 구금시설에서 출소를 했으나 돌아갈 가정이 없고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경제적 상황 등으로 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 6개월 미만의 초기노숙인 등인데 일부 판단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긴급복지제도는 저소득층이 생계위협, 중한 질병ㆍ부상 등 위기에 처했을 때 주민센터(동사무소)를 찾으면 긴급 지원금으로 한번에 수십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의료비의 경우), 최대 6회(의료비는 2회)까지 받도록 한 것으로 위기가정이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2004년 겨울 대구 불로동에서 일용직 아버지가 일감이 없어 아이가 굶어 사망하고 장롱에 방치됐던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단 긴급히 지원하고 자격은 추후 판단하자"고 만든 제도이다.
금융재산 기준이 300만원(3월부터 5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생계비 지원은 가구 전체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 의료비ㆍ주거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여야 하지만 신청서만으로 자격이 되면 일단 지원을 하고, 소득 등은 추후에 검증한다. 간혹 자격이 안돼 추후 환수조치를 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지금까지는 대상이 주소득자(가장)의 사망ㆍ행방불명ㆍ구금, 중한 질병 또는 부상, 가구로부터의 방임 또는 유기 등에만 해당돼, 혜택대상이 너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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