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제조에 쓰이는 후판(두꺼운 철판) 가격을 놓고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수주 급감으로 고전 중인 조선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지난해 말 한 차례 후판가격을 인상했던 철강업계가 최근 판매 할인폭을 줄여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기본적으로 수입산에 비해 너무 비싸게 제품을 팔고 있다고 불만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요구는 적자를 보며 장사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반박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철강업계는 이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업계와 올 1분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벌였다. 조선업계는 이 자리에서 철광석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국산 제품 가격도 중국ㆍ일본산 등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산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중국ㆍ일본산 제품들이 국산보다 10~20%이상 낮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톤당 100만대의 후판 가격을 10만원 이상 인하해 달라는 주장이다. 현재 과잉 생산되는 중국산은 물론이고 일본산도 지진 피해로 일본 내 수요처를 찾지 못해 낮은 가격에 국내 시장으로 밀려 들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지난 해 후판 가격을 15% 이상 인상한 후 일부 가격 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최근에는 그마저 폭을 줄이고 있어 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한차례 가격인상은 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원자재가격 인하폭만큼 조선업체들에게 가격 할인을 해주고 있다며 추가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10만원 이상 할인해 줄 경우 적자다. 차리리 감산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편이 낫다"고 조선업계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하지만 철강업계가 현재의 가격 정책을 고수할 지는 미지수다. 최대 수요처인 조선업계가 신규 선박 수주를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철강업계는 조선용 후판 외에도 스테인리스, 열연 제품 등의 주요 철강재 가격을 올렸다.
포스코가 1일자로 스테인리스 가격을 최대 톤당 15만원 올리기로 했고, 현대제철은 철근과 H형강에 대해 각각 톤당 3만원, 2만원을 인상키로 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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