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없이 건설공사는 불가능하다. 건물도 다리도 도로도 모두 마찬가지다. 때문에 콘크리트는 건설경기와 직결되어 있다.
최악의 건설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콘크리트를 만드는 두 업계,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는 지금 고사위기다. 똑같이 죽을 맛이지만 이들은 지금 시멘트가격을 놓고 물러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고 마침내 레미콘트럭이 멈춰서는 사태까지 맞게 됐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31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표자회의를 개최하고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레미콘사들의 파업결의는 4년만. 서상무 레미콘조합 회장은 "다음달 21일부터 조업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며 "시멘트 가격 인상을 철회하지 않으면 무기한 휴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단은 작년 6월 30% 가격을 올린 시멘트 업체들이 연말 또다시 15% 가격인상을 레미콘사들에게 통보하면서다. 충북 청원의 한 레미콘사 대표는 "레미콘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시멘트는 반년 만에 5만2,000원에서 7만7,500원으로 올랐고 또 다른 원료인 모래는 4대강 공사 등의 여파로 가격이 두 배 가량 뛰었다"며 "이런 상황이면 공장을 돌려도 10% 정도 손해가 난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도 사정이 딱하기는 마찬가지. 쌍용양회ㆍ동양시멘트 등 7개 시멘트 업체는 2010년에 이어 작년에도 대부분 적자를 냈다. 건설경기 침체에다 철골건물이 대세를 이루며 갈수록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 레미콘조합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최악인 가운데 동반자인 시멘트-레미콘 업계가 '폭탄 돌리기'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라며 "다만 상대적으로 '을'인 레미콘 업계가 먼저 고사될 위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멘트 회사들 상당수는 계열 레미콘 회사를 두고 있어, 이번 파업참가업체들은 힘없는 중소 레미콘사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최종 수요자인 건설사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작년 6월 시멘트가격이 30% 올랐을 때 단 3%만 납품단가에 반영해 레미콘사들의 자금 압박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 자체가 집단폐사위기에 처해 있는데 누굴 봐줄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성장이 멈춘 산업의 비극'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멘트ㆍ'레미콘산업 자체가 사양화하는 상황에서, 힘 없는 당사자끼리 서로를 옥죄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시멘트나 레미콘사에 비하면 중대형 건설사들은 사정이 나은 것 아닌가. 양쪽이 힘을 합쳐 건설사와 가격협상을 하는 게 그나마 서로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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