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실업률은 3.4%. '완전고용'에 가까운 이 수치를 놓고 "체감현실과 격차가 크다"는 비판이 늘 뒤따른다. 때문에 최근 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사실상 실업자'를 측정할 보조지표들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 통계와 크게 차이가 난다.
정부는 사실상 실업자의 핵심그룹인 '구직단념자'의 수를 민간 추정치의 3분의 1 수준으로 보고 있다. 특히 '취업무관심자'는 "공식 개념이 아니다"며 아예 통계조차 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제 기준에만 얽매이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정책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보조지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사실상 실업자 300만 시대의 5대 특징' 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 이후 체감실업률 증가를 이끈 주 원인은 단연 구직단념자의 급증"이라며 "지난해 구직단념자는 58만2,000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청이 실업률 보조지표로 발표하는 구직단념자(지난해 21만1,000명)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규모.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아 구직을 포기한 사람'을 계산하는 데도 정부와 민간의 시각 차가 엄청난 셈이다.
이는 각자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구직단념자를 ▦취업의사와 능력은 있으나 ▦노동시장적 사유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자 중 ▦지난 1년 내 구직경험이 있었던 사람으로 정의한다. "미국도 같은 기준을 쓰고 있으며 1999년부터 줄곧 적용해 온 기준을 자의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게 통계청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연구원은 '노동시장적 사유'와 '1년 내 구직경험'이라는 조건은 현실에 맞지 않는 만큼 빼는 게 옳다는 입장. 보고서를 작성한 이준협 연구위원은 "구직단념자의 경우 구직활동만 안 했을 뿐 취업의사가 있고 알맞은 일자리가 주어지면 당장 일할 수 있어 노동시장 유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통계청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 간 구직경험' 조건을 적용하면 28만7,000명, '노동시장적 사유'로는 6만5,000명이 구직단념자에서 제외돼 비(非)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당장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취업의사도 없지만 가사나 육아를 담당하지도 않는 취업무관심자를 놓고도 시각 차가 뚜렷하다. 현대연구원은 "지난해 현재 115만명에 이르는 취업무관심자도 넓은 의미의 실업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통계청은 "민간 연구자의 자의적 통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식 전환을 주문하고 있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통계청이 말하는 구직활동은 이력서 제출ㆍ입사시험 응시 등 적극적인 행위에 한정돼, 단순한 구직사이트 방문 등의 소극적 활동은 제외된다"며 "이런 엄격한 조건 탓에 구직단념자에서 절반 가까이가 제외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정부의 기존 통계는 공식 자료로서 의미가 있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다만 국내 체감 실업률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미국에는 우리 식의 '취업준비자' 개념이 아예 없는 등 나라마다 고용지표는 특수성이 있다"며 "국제 기준만 고집할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맞춤형 통계 작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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