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여야 정치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추석 직전 당시 친이계 의원 3명에게 현금 3,5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는 한나라당 의원의 진술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거론되는 당사자들은 일단 부인하고 있으나 당초 언론에 진술한 의원의 언급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이 문제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을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주간 <시사저널> 은 "최 전 위원장이 2008년9월 추석 직전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백만~수천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다. 내게도 줬지만 보좌관을 시켜 최 전 위원장 보좌관이었던 정용욱씨에게 즉시 돌려줬다"는 익명의 친이계 의원 발언을 보도했다. 이 의원은 "추석을 앞두고 최 위원장이 만나자고 해서 식사를 했는데, 헤어질 때 그가 '차에 실었다'고 말해 나중에 살펴보니 쇼핑백에 현금 2,000만원이 들어 있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밝혔다. 이 의원은 자신 외에 다른 친이계 의원 2명에게도 정 보좌관을 통해 각각 현금 1,000만원과 500만원이 건네졌지만 이들 역시 즉시 되돌려 줬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돈 봉투를 전달받은 당사자들로 거론된 의원들은 이날 "금시초문으로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최 전 위원장 관련 보도 내용은 정 의원과는 상관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정태근 의원도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내가 최 전 위원장과 한 번도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는데 돈 봉투를 줬을 리가 만무하지 않느냐"고 부인했다. 또 다른 K의원은 건강검진을 이유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태희 방송통신위 대변인은 "최 전 위원장은 '모르는 일이며 설왕설래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선 최 전 위원장 측이 명절이나 여름 휴가, 출판기념회 때 친이계 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건네며 이들을 챙겼다는 주장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08년 당시 인사 문제 등을 두고 최 전 위원장과 이상득 의원,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등과 권력 충돌을 빚던 친이계 소장파를 달래기 위한 '관리용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돈을 건넸다는 시점이 돈 봉투 살포 사건이 있었던 2008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여서 자금 출처를 놓고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지난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 보좌관 발언을 인용, 미디어법 통과(2009년 7월) 직후 정용욱씨가 의원실로 찾아와 "최 위원장이 해외출장 갈 때 용돈으로 쓰라며 5만원짜리 신권 100장을 건넸지만 돌려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문방위 의원들은 "누가 그런 돈을 받았겠느냐"며 부인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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